[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0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개발 기술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에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4 한미 경제안보 컨퍼런스'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미국과 동맹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구현에 핵심인 하이엔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이 필수적이라면서 "전 세계에 HBM을 만드는 기업 3개 중 2곳이 한국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 [사진= 전략국제연구소(CSIS) 사이트 캡처] |
이어 "우리가 우리 자신과 동맹의 수요에 맞도록 이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 부분에서 한국과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장악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 등은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밖에도 미국 정부가 이미 발표한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3D 프린팅과 관련한 수출 통제에도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여러 동맹국들이 이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새로운 수출 통제를 발표하거나 시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도 곧 이런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이밖에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커넥티드 차량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한국 업체들과도 관련 협의를 하고 있으며 적응을 위한 유예기간도 부여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커넥티드 차량 규제 대상 품목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의 동력 체계 관련 부품 등을 설명했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미국 정부에 규제 대상으로 국가안보에 중요한 위험이 되는 부품과 서비스로 한정하고,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달라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HBM 수출 통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3개 생산 기업 중 2개가 우리 기업이니까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는 우리가 입장을 얘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에스테베스 차관도 한국과 협력을 잘하고 기업들 문제에 신경을 쓰겠다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정 본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경제안보 안전망 구축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지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경제안보 조치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의 수출 통제와 기술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