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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TV속 잇단 부패 모습에 '속앓이'

기사등록 : 2010-07-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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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업계가 TV드라마 속의 부정적인 모습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TV 드라마 속에 나오는 악덕 기업가나 부정축재 의혹이 있는 '악역'이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설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가 TV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 매체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드라마 속 건설업체는 지난 1995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모래시계'에서 나타나듯 주로 조직폭력단과 유형·무형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과거 드라마 속 건설업체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다른 부정적인 드라마 속의 '악역'들을 그릴 때처럼 그저 스쳐지나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드라마의 주요 사건으로 그려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분양가 책정이나 재개발 사업시 보상문제를 놓고 도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잦은 건설업계 입장에서 건설업계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방영 중인 SBS드라마 '자이언트'에서는 건설업체가 정경유착을 통해 공공 공사를 따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이강모'의 아버지가 살해되는데 일조한 옛친구 '황태섭'이 만보건설을 창립해 1970년대 강남개발에 나서는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황태섭의 만보건설은 서울시 등 정부기관과 국회의원, 중앙정보부를 상대로 각종 로비를 통해 지하철 공사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건설사들도 중정과 서울시 공무원에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드라마의 시대배경인 개발독재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지적됐던 정경유착 비리가 이 드라마에서는 건설업체의 일상생활처럼 나오고 있다.

올초 방영된 MBC드라마 '히어로'에서는 주인공 진도혁이 대형 건설사와 굴지의 신문사를 동시에 경영하는 대세그룹에 맞서는 내용이 나왔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진도혁의 아버지는 대세일보 기자로서 모기업인 대세건설의 재개발 비리를 파헤치다가 대세건설 회장의 청부에 따라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을 당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드라마에서 대세건설은 재개발 비리를 덮기 위해 살인교사를 하는 것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자회사인 대형 언론을 활용해 수주활동을 돕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올 5월께 방영된 SBS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그나마 악역은 면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검사 마혜리의 아버지 마상태가 운영하는 ST건설은 하도급 업체와 대립 끝에 벌어진 몸싸움 과정에서 업주가 사망하게 됐지만 살인혐의를 부하직원에게 떠넘기는 비도덕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이처럼 건설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이 계속 묘사되면서 건설업계도 서서히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속에서 건설 업무 자체를 어두운 시각으로 조명하면서 이젠 '부패한 기업인' 차원을 넘어 건설업 전체를 부패 업종으로 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한 건설 유관기관 관계자는 "불경기를 맞아 건설업계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는 올들어서도 건설업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TV 드라마가 많은 것이 아쉽다"며 "건설업계가 스스로 자정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고자 노력하는 데에도 굳이 그런 TV 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건설인 입장에서 유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편에서는 방송사에 섭섭한 마음을 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건설사는 막대한 광고비가 투입되는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 CF를 제공하는 큰 '고객'임에도 드라마에서는 자꾸 부정적인 이미지만 그리고 있다는 게 건설인들의 불만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CF시간에는 아파트 브랜드가 나오고 드라마 방송 시간에는 건설사가 악덕 기업으로 출연하는 셈"이라며 "최근 아나운서들이 국회의원의 비하 발언에 발끈 했듯 우리도 방송사에 특정 직업군의 악덕업체 매도로 이의를 제기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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