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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문화의 향기<7> 문화·문명의 충돌과 문화전쟁

기사등록 : 2015-03-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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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문화의 향기<7> 문화·문명의 충돌과 문화전쟁
 
인간의 오랜 역사 동안 오로지 자신들만의 문화를 고수하며 유지하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역사 속에서 인간 집단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이질적 집단과 접촉하고 충돌· 갈등· 융화해 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변동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혼종의 문화(hybrid culture)가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문화변동은 한순간에 급속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문화변동 과정에서는 기존 문화와 새롭게 출현한 문화 간에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통상 문화의 판세는 힘의 판세를 반영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한 문명의 힘이 팽창하면 문화 또한 동시에 융성하였고, 그 문명은 막강한 힘으로 자신의 문화 즉 가치관, 관습, 제도를 전파시켰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이론 또한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그는 공산주의 멸망이후 이데올로기의 충돌은 끝날 수 있게 되었지만 문명충돌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세계는 7~8개의 문화권으로 다원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가 사이에 무력충돌(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닌, 문화와 종교적인 차이의 갈등, 즉 이슬람 문화권과 비 이슬람 문화권, 특히 기독교문화권의 갈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대국의 경쟁은 문명의 충돌로 바뀌며, 탈냉전 세계에서의 문화는 분열과 통합으로 위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나아가 세계 전역에서 불고 있는 종교부흥의 바람은 이런 문화적 차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으며, 문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치· 경제적 발전의 중요한 차이는 상이한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처럼 문명의 충돌은 민족의 분쟁, 종교적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발칸반도는 19세기말 오스만제국의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동안 오스만의 지배를 받고 있던 여러 민족들이 독립문제에 봉착하면서 세계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원래 발칸반도에는 세르비아인, 슬라브족, 알바니아인, 그리고 집시 등 다양한 민족들이 뒤 엉켜 살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의 생활관습이 달랐으며 그 뿌리가 되는 문화도 달랐다.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러 민족들이 하나의 통일된 규범과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에 분쟁이 여태껏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간에는 걸핏하면 분쟁이 일어났고 나중에는 이들의 문제가 세계대전으로 까지 비화되었다. 이렇게 볼 때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근본원인도 결국 문화적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문화적 갈등으로 인해 수많은 민족과 국가 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일 것이다. 수단과 콩고가 이미 남북으로 분리되었으며, 이 시간에도 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부족 간의 유혈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한족과 위구르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는 중국 신장지역에서의 소요, 수 십 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바스크족의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움직임, 또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갈등 등도 결국은 서로 상이한 문화 간의 갈등과 충돌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서 상이한 문명에 속하는 국가들과 집단들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고 대체로 적대적인 경향을 띨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단연 종교 간의 갈등이다. 종교는 대표적인 문화의 산물로 민족의 뿌리이자 그들의 정체성이 되고 있다. 다른 문화 분야와 달리 서로 융합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는 종교 간의 갈등과 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갈등은 2천년동안 지속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충돌이 정점을 이룬 것은 1096년부터 1272년까지 근 200년에 걸쳐 지속된 십자군 전쟁이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지역에 나라를 세운이후 이슬람세력은 지금도 십자군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하드’(성스러운 전쟁)를 외치며 기독교세력의 확장에 맞서고 있다. 2001년 발생한 미국의 9·11테러도 따져보면 결국은 이들 간의 상호갈등에서 빚어진 참사이다.
 
이제는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같은 종교내부에서의 종파간의 갈등 또한 심각하다. 기독교 내의 구교와 신교간의 반목과 갈등은 30년 전쟁을 유발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이슬람교내의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충돌은 좀 더 심각하다. 신도의 수는 정통 칼리프의 후손들이라고 하는 수니파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하마드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시아파에 비해 절대 다수이다. 그러나 시아파교도들은 이란과 이라크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응집력 면에서는 수니파에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대립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과거 ‘중동문제’라 하면 단순히 유대교와 이슬람교 간의 반목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들 두 종교 간의 갈등과 반목이 워낙 심각했기에 중동이 세계 제3차 대전을 야기하는 화약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까지 덧붙여지면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세기 들어서는 이러한 문명 간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문명 상호간의 융합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문명 간의 관계는 한 문명이 나머지 모든 문명들에게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단계에서 벗어나 모든 문명들 상호간에 다각적인 교섭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결과 이제 세계의 문화는 다문화 체제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얼마 전부터 기존의 문명충돌 후유증을 또 다른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치유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음악가 바렌보임의 활동이다. 그는 1999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결성하여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언젠가는 이스라엘에서도 콘서트를 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적 갈등과 충돌을 겪고 있는 두 나라가, 나아가 전 세계가 예술로 화합하여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 우리나라의 통일을 기원하며 2011년 서울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임진각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화와 문명은 상호 충돌과 융합을 통해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철환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연구위원·단국대 경제과 겸임교수 ('아름다운 중년, 중년예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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