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연출하는 나영석PD <이형석 사진기자> |
왜 나영석 표 예능일까. 나영석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은 공통으로 디테일한 관찰력, 동물의 등장, 뉴스타 발굴, 아날로그 감성이 담겼다.
◆독보적인 관찰력, 그의 시선은 예능이 된다
그리스 여행에서 안전벨트 때문에 힘들어하는 신구와 이순재 <사진=tvN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방송캡처> |
나영석 PD는 기본적으로 리얼리티 쇼는 관찰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제 관찰력이 뛰어나다기보다 예능 중에서도 리얼리티 쇼를 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며 “직업병처럼 나도 모르게 사람을 관찰한다. ‘이런 인생을 살았겠구나. 이런 성격이겠구나’ 저절로 드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 숨 고르며 살기 ‘아날로그’의 힘
강원도 정선에 내리는 빗소리를 담은 `삼시세끼` <사진=tvN `삼시세끼` 방송캡처> |
그는 “나는 트렌드하지 않다. 오히려 감각도 둔한 편이다. 연출할 때도 무언가를 더 얹기보다 빼기를 선호한다”고 했다. 트렌드에 치중하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나영석PD는 “대중이 겉으로 원하는 게 ‘키워드’라면 대중의 마음이 원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는데 그걸 미뤄 짐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나영석 PD는 “2015년 트렌드에 농업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고서 바쁜 가운데 시골에서 세끼를 해먹는다는 역발상이 힐링으로 통했다. 바쁜 현대인들은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하는 고민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민의 원인을 찾아 이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편적인 것에서 웃음을 추구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PD가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의 교집합을 알아야한다. 그리고 유니버설한 코드는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와의 여행 그리고 예상되는 어른들의 고생기, 바쁜 생활 속 잠깐의 힐링이 그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인간과 교감하는 동물의 등장
나영석PD에 등장하는 동물들. 동물을 좋아해 `숲 속의 친구`라는 별명을 얻은 배우 이순재 <사진=tvN `삼시세끼` `삼시세끼 어촌편` 방송캡처> |
나영석 PD는 동물을 등장시키는 이유에 대해 “단순하게 좋아하는 코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따른다. ‘삼시 세끼’는 시골이 배경이기 때문에 동물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가 된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다니면서까지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또 그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존재다. 이름을 붙여주는 이유는 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귀여워하지 않냐. 똑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 뉴스타 탄생, 예능계 블루칩으로 부상
tvN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방송에서 짐꾼 이서진과 나영석PD, 여행 떠나기 전의 최지우와 할배들 <사진=CJ E&M> |
뿐만 아니라 ‘꽃보다 누나’에는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까지 예능에서 좀처럼 볼수 없는 여배우를 총출동 시켰다. 여배우들의 여행기라는 참신한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또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한 배우 손호준은 한 순간에 ‘어리바리 순진남’이 됐고 배우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에서 요리하는 ‘차줌마’로 단번에 시선을 잡았다.
대세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섭외하는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나영석 PD는 “여타 PD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있다. ‘너무 물 빠진 사람은 아닐까’ ‘새로운 면이 있을까’ 다 고려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저도 장사하는 사람이라 제가 팔 물건을 꼼꼼히 본다. 저는 사람 장사를 하는거다”라며 “캐스팅 후보를 만나 얘기해보면 계속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재미있게 떠들어도 관심이 안 가는 사람이 있다. 제가 봤을 때 사람들이 보고 ‘놀라겠다’ ‘재미 있겠다’ 싶은 사람을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나영석 PD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대해 후배들과 함께하는 작업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그는 “팀이 2개로 운영된다. 우리 팀이 만든 브랜드 파워”라며 “후배 PD들은 금요일 방송이 끝나면 일요일에 집으로 가서 일주일간의 옷 가방을 가지고 온다. 21세기에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다행인 건 시청자가 보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힘을 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현재 방영중인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 이후 ‘삼시세끼’ 정선 편 두 번째 이야기를 내놓는다.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내는 나영석 표 착한 예능은 만재도와 그리스가 그랬듯이, 그리스와 정선이 자연스럽게 교차될 것이고 다른 듯 같은 흥행코드 역시 물흐르 듯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