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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때 아닌 인력난..세대갈등 겹쳐 '악순환'

기사등록 : 2015-07-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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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삭감에 우수인력 확보 애로...종목 선정 놓고 선후배 갈등도

[뉴스핌=김나래 기자] "예전엔 회사 옮긴다고 하면 타사 리서치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시장'보다 '사람'을 더 많이 보네요" (A증권사 투자전략팀장)

"전 탐방하고 종목 발굴에 집중하는데 OB선배가 시장상황과 종목을 연결지어 얘기하면 답답할 때가 많아요. " (B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

최근 증권가에선 리서치센터 팀장들을 점심시간 외에도 여의도 카페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때 아닌 인력난 때문인데 일할 사람을 수시로 찾아 나선다.

A증권사는 두달 동안 11명이 나가 9명을 뽑았고, B증권사는 한꺼번에 두 명이 나가 사람을 충원하는데 진땀을 뺐다. 또 다른 C증권사 리서치는 지난 6월 조직개편을 해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아직도 적절한 이를 못 찾고 있어 걱정이 크다. 증권업계는 최근 이런 현상을 '순차적인 도미노', '악순환' 이라고 본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3년여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인력들을 밖으로 내몰았기 때문. 2012년부터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등을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리서치센터 역시 인력이 대폭 축소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고, 직업의 안정성을 느끼지 못한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직장에 대한 애착없이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둥지를 옮겨다니게 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최근 다시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증권사들은 인력난에 맞닥뜨리고 있지만 인력 품귀현상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리서치에 대한 회사 측의 예산은 늘지 않아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특히 요즘 가장 핫한 업종인 바이오, 제약, 화학, 조선 애널리스트는 한명만 나가도 하우스내 쇼크가 크다고 한다.

한 대형 증권사 인사담당자는 "증권사 예산이 박해져 인력에 쏟을 여력이 없고, 연봉도 많게는 30%-40%를 삭감하니 이직 메리트도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속된 말로 '한물갔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많아졌다. 또 인력이 줄어드니 개인의 업무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A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근무시간 대비 보상이 과거와 같지 않아 막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며 "아예 대놓고 이렇게는 못살겠다며 말하고 나가는 경우도 수차례"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력구조의 불균형 현상도 나타난다. 복수의 리서치센터장은 "하우스마다 60년대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며 "또 20~30대 초반의 RA(리서치 어시스턴트)도 잘 없다"고 전했다. 하우스를 주도하는 애널리스트들이 30년대 중후반인데 이 연령대 찾기는 쉽지 않고 겨우 40대 초반 인력 일부가 서포트해주는 상황에서 근근이 끌어간다고 덧붙였다. 

또 시장 주도주가 바뀌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이 생긴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시장이 지속되다 보니 구조조정시 나갔던 이들이 돈을 꽤 벌었고 이에 자극을 받은 애널리스트들도 많다는 것. 때문에 전업투자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여의도 근처에 사무실을 두고 삼삼오오 모여 매매하는 소위 '매미'(매니저 출신 개미)와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니어들이 보통 부티크를 가거나 개인투자자로 전향해 나간 선배나 동료들이 잘못됐으면 모르겠는데 중소형주 장이 계속되며 돈을 번 이들이 꽤 많다"고 전했고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서치센터보다는 지점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할 정도로 리서치하우스에 대한 예전의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증권사 리서치만의 문제가 아닌 증권사 법인이나 지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력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이로 인해 세대간의 갈등도 종종 목격된다고 한다. 바이오제약업종이 2년째 기세를 모으는 가운데 YB 직원들의 종목을 보는 방식과 스타일이 연륜이 있는 임원급과는 달라 세대간 갈등도 빈번하다. 한 증권사 법인 영업직원은 "YB직원이 OB직원에게  '포스코나 하시라'"고 말하는 걸 직접 봤다고 전해왔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YB직원들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발굴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OB 직원들은 제약과 바이오를 경험하지 않은 자동차, 철강, IT에 대한 경험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마찰이 생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력구조가 바뀌고 주도주에 대한 견해차등으로 인해 애널리스트간 세대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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