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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3일’ 인천가족공원, 공동묘지에서 ‘가족의 공간’으로…‘떠난 이와 남은 이’ 애틋한 재회

기사등록 : 2015-09-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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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인천가족공원, 공동묘지에서 ‘가족의 공간’으로…‘떠난 이와 남은 이’ 애틋한 재회 <사진=‘다큐멘터리 3일’ 홈페이지>
‘다큐 3일’ 인천가족공원, 공동묘지에서 ‘가족의 공간’으로…‘떠난 이와 남은 이’ 애틋한 재회

[뉴스핌=대중문화부]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은 27일 밤 10시55분 추석기획 ‘삶과 영원의 징검다리 - 인천가족공원 72시간’ 편을 방송한다.

이날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 떠난 이의 안식처이자 남은 이에게는 위안이 되는 공간, 끝없는 대화, 마침내 화해와 용서. 선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인천가족공원의 72시간이다.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가족공원’은 화장시설을 비롯하여 분묘, 봉안시설과 수목장, 잔디장 등의 자연장지를 갖춘 50만평 규모의 대형 종합 장사시설이다.

과거 부평공동묘지라고 불렸으나 시설을 공원처럼 재정비하고 ‘인천가족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후 성묘객은 물론 나들이 장소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인천가족공원’에서 만난 추모의 형태는 다양했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망자의 인생이 담긴 유골함을 한참 들여다보고 가는가 하면, 고인이 평소에 좋아하던 신나는 트로트 한 곡을 틀어놓기도 한다. 특히 지금같이 명절을 앞둔 때에는 평소에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가족들이 고인의 묘 앞에 둘러앉아 안부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에게 ‘성묘’란 가족들과 만나는 계기이자, 고인에게 내보이는 삶의 보고서가 된다.

장경욱(46) 씨는 “한 달에 한 번 오지는 못해도 추석 명절, 그 다음에 설날, 또 한식 이렇게 와서 보여드리는 거죠. 할머니 우리 이렇게 살고 있어요. 또 요만큼 컸어요. 가끔가다 한 번씩 보여드리는... 우리들의 삶의 보고서를 보여드린다고 할까?”라고 말했다.

‘인천가족공원’은 떠난 이와 남은 이가 재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3년째 매일같이 ‘인천가족공원’을 찾는 이가 있다. 바로 어머니의 3년 상을 치르고 있는 김춘국 씨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야속하게도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못 다한 효도를 3년 상으로나마 대신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인천가족공원’을 찾는다. 떠난 어머니와 남겨진 아들은 끝없는 대화로 서로를 위무한다.

시각장애인 이현순 씨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복지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수목장림을 찾았다. 숲 속에 위치한 수목장림을 시각장애인인 그녀가 자주 찾아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1년에 한번 남편을 만난다. 이곳에 잠든 남편을 찾아와 이야기를 하고 가면 한동안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그녀. 1년에 한번,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돌아서지만 이현순 씨의 마음은 항상 남편 옆자리에 머문다.

이현순(59) 씨는 "왔다가 가면 한동안은 내 마음이 너무 편안해요. 그래서 이렇게 와서 이야기를 하면 잠시나마 남편 생각도 하고 실질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잠깐 동안 만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천가족공원’에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추석을 앞두고 몰려드는 성묘객들로 ‘인천가족공원’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다.

바쁜 후손들을 대신해 묘를 깔끔하게 단장해주는 벌초대행업자 부터 ‘인천가족공원’을 찾는 유가족들을 위해 봉안시설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청소관리원까지 인천가족공원 곳곳에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

공원 초입에 위치한 꽃집은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부평공동묘지로 불리던 시절부터 이 동네에 살던 주민들은 꽃집을 운영하며 망자와 더불어 유가족들을 위로해왔다. 유가족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는 일 또한 고인을 애도하는 것만큼 중요하기에 슬픔을 직면한 유족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얼굴의 미소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누구보다도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하루하루 망자와 유가족을 위해 마음으로 빌어주는 그들은 인천가족공원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다.

김석찬(51세) 씨는 "남들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제일 깨끗한 일 같아요, 성스러운 일이죠, 고인을 모시는 일이라 종교를 믿지는 않아도 좋은 데 가시라고 마음으로 빌고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해요"라고 전했다.

떠난 이를 추모하기 위해 찾은 곳에서 도리어 남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위안을 얻어 간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하고 취업의 길을 택한 이동근 군. 그의 곁을 너무 일찍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요리를 전공함에도 아버지에게 맛있는 음식 한 번 대접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생전에도 바위처럼 아들 곁을 지켜주던 아버지는 떠난 후에도 울먹이는 아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재밌게 살다가 다시 만나요’ 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아내. 그런 아내를 보낼 수 없어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강문수씨. 그는 오늘도 이곳을 찾아 양희은의 ‘잘 가라 내 사랑’을 틀어둔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하지 못했던 작별 인사 대신이다. 평소 무뚝뚝했던 성격 탓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로 남은 그는 뒤늦게나마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이곳에서 망자는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산자는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 이제 강문수 씨는 아내와 마지막으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다.

강문수(63) 씨는 "잘 가라고 인사를 못해주고 사랑한단 소릴 한 번도 못했거든. 그동안 사랑한다는 소리 못했는데 당신 사랑했어. 이제 와서 한 번도 못해봤으니까. 그리고 자네가 바라는 대로 재밌게 살다 갈게. 그래요...그래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핌 Newspim] 대중문화부(newmedi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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