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newspim

'위장 가계대출' 사업자금… 금융사, 5년 지나면 못 받는다

기사등록 : 2015-09-30 15:2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법원 "사업자금으로 사용되는 가계대출은 상사채권"

[뉴스핌=한기진 기자] 가계대출로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으로 사용되는 이른바 ‘위장’ 가계대출에 대해 금융회사의 채권행사 기간이 사실상 5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법원이 이 같은 가계대출을 민사채권(民事債權)이 아닌 상사채권(商事債權)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멸시효가 현재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돼, 이 기간이 넘어가면 은행은 채권자에게 원금을 갚으라 요구해서는 안된다.

30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재판장 안승호)은 대출 명목상 대출과목이 가계일반자금이지만, 실제로 아파트 등 신축공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사용됐다면 대출원리금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해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돼야 한다고 이달 초 판시했다.

이번 재판은 북아현새마을금고가 건축업자 박 모 씨에게 2003년 빌려간 가계대출이 민사채권이므로 소멸시효(10년)가 남아 있어 상환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박 씨는 명목상 가계대출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자금에 쓰였으므로 상사채권의 소멸시효(5년)를 적용해, 상환할 이유 없다고 맞섰다.

판결문을 보면, 박 씨는 북아현새마을금고에서 지인들과 가족의 명의를 빌려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DSC와 DY의 연대보증 아래 2003년 6월에 총 3억원, 만기 1년, 이자율 연 9.5%로 ‘가계일반’자금대출을 받았다. 사업자금대출은 동일인 여신한도 3억원에 막히자 생각해 낸 방법이다.  박 씨가 이렇게 빌린 돈이 2013년 기준으로 총 8억6000만원에 달했다.

북아현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 심사절차에 따라 DY 소유의 서울 은평구 응암동 임야 4000여평과 경북 칠곡군 기산면 소재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기업대출이었다면 필요한 신용조사 등은 실시하지 않았다.

상환기일이 지났는데도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하자 북아현새마을금고는 박 씨를 상대로 2013년 소송을 걸어 3억원을 2013년 6월~2014년 7월 동안 연 5% 이자로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결국 박 씨가 빚을 갚지 않자 2014년 7월 부실채권회사 M사에 박 씨의 대출채권을 양도했다. M사는 박 씨에게 빚을 갚으라 요구했고, 박 씨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박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의 대출은 모두 박 씨의 책임으로 인정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의 계좌에 대출금이 입금되자 박 씨가 출금해 공사대금으로 사용했고, 박 씨가 대출원리금도 갚았기 때문이다. 또 이 대출은 모두 외관상 가계자금대출이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DY, DSC의 아파트 등 신축공사의 PF대출로 쓰였다고 봤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박 씨의 대출원리금은 상사채권으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돼 M사가 대출금채무를 승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시는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중 절반이 실제로는 개인사업자금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인사업자는 경기악화로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대출은 동일인여신한도를 적용하지만, 가계대출은 LTV, DTI를 적용해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주택가격의 90%까지 대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실화하면 소멸시효가 5년으로 단축돼 부실채권회수가 지금보다 어려워져 2금융권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상사채권은 기업활동,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발생한 금전채권을 말한다. 이 외의 개인의 주택구입목적의 가계대출 등은 민사채권이다. 두 채권의 법률상 차이점은 소멸시효 기간으로, 해당 시간 동안에만 상환독촉, 경매, 소송, 압류 등의 채권회수가 허용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