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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도리화가’ 배수지, 꽃봉오리에 지나지 않았는데 만개했구나!

기사등록 : 2015-11-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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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리화가’에서 진채선을 연기한 배우 수지 <사진=CJ엔터테인먼트>
[뉴스핌=장주연 기자] “심청가 소리가 꼭 제 이야기 같아서 저는 소리꾼이 되고 싶었습니다”

혼돈의 조선 말기,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이 나타난다. 신재효는 단박에 그의 청을 거절하지만, 진채선은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간다. 때마침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결국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진채선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영화 ‘도리화가’는 온전히 수지를 위한 영화다. 모든 초점이 수지에 맞춰져 있기도 하지만, 수지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수지는 영화에서 의외의 열연을 펼친다. 스크린 속 수지는 진채선처럼 춘향이가 됐다가, 또 심청이가 되면서 자유자재로 감정을 표현한다. 확실히 ‘건축학개론’보다 배우로서 성장한 느낌이다. 극중 류승룡의 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꽃봉오리에 지나지 않았던 ‘건축학개론’ 속 수지는 ‘도리화가’를 통해 만개했다.

소리꾼이 아니라는 걸 감안한다면, 판소리 실력도 기대 이상이다. 특히 초반부 생목으로 내는 소리가 후반부로 갈수록 단단하게 바뀌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수지뿐만 아니라 류승룡, 송새벽, 이동휘, 안재홍 등 동리정사의 모든 소리꾼이 완벽한 소리를 낸다. 그간 쏟은 노력과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충분하다. 이 중에서도 조선 최초의 판소리 학당인 동리정사의 소리 선생 김세종 역의 송새벽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웅장한 OST가 영화 속 판소리를 늘 쫓는다는 거다. 이종필 감독은 ‘도리화가’의 하이라이트인 낙성연 장면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판소리가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OST의 역할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려야 할 수지의 목소리가 묻힌다.

영화 ‘도리화가’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동휘(왼쪽)과 수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안타깝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도 남아 있다. 후반부를 넘어서면서 진채선과 신재효의 관계가 사제지간에서 남녀 간의 로맨스로 흘러간다는 것. 점점 진채선의 성장보다 신재효를 향한 사랑에 무게가 실리면서 장르는 성장드라마에서 멜로로 급변한다.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의 성장기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당연히 정체성이 흐려지고 틈새가 벌어지면서 영화는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두 사람을 연기한 류승룡과 수지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남녀’의 사랑이니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겠는가. 확실히 이종필 감독이 수지에게 집중했던 만큼 진채선의 삶,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부안, 안동, 합천, 남원, 순천, 부여, 청도, 문경, 수원, 용인, 남양주, 서울 등 8개월에 걸친 헌팅 작업 끝에 담아낸 아름다운 풍광 덕에 러닝타임 내내 보는 즐거움은 크다. 2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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