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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돈과 행복] ① 돈이 얼마나 있어야 행복할까?

기사등록 : 2015-12-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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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되어있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 정신적 안정감, 가족들과의 사랑, 원만한 대인관계 등의 요소들이 만족할 만큼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정답은 없다. 만족의 크기는 너무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를 부러워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로... 삶이 불행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거나 지나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지위와 부, 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부자를, 부자는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을, 권력을 가진 사람은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다.

이처럼 행복은 개념이 모호하고 주관적이어서 ‘행복은 이런 것이다’ 하고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결국 행복이란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행복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심사였고 최고의 가치였기에 사람들은 행복의 본질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의 본류인 스토아학파(Stoicism)는 '마음의 동요를 완전히 제거해 어떤 간섭과 고통을 받지 않는 무정념의 상태(apatheia)'를 행복이라고 정의했고, 공리주의자 벤담은 사회적 공리(共利)를 중요시하면서 '최대다수 최대행복'을 역설했다. 동양에서는 행복을 '비움'으로 풀이했다. 노자는 행복하려면 있는 그대로 모양을 짓는 물처럼 인위적으로 몸부림치지 말고, 완벽을 추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렇듯 동· 서양의 철학은 공통적으로 물질적 풍요보다는 마음의 평화에서 이상적인 행복의 개념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고대 그리스 시대 세계를 정복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과 세상을 미천하게 살아가던 철학자 디오게네스 간의 일화이다. 알렉산더가 세상을 정복한 뒤 소문으로만 듣던 현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그 때 디오게네스는 자신의 오두막에서 햇볕을 쬐며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말했다. “난 천하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이다. 디오게네스여!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라, 들어 줄 테니까!”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답했다. “아 그러신가요! 그러면, 저 햇볕이 가려지지 않도록 비켜서 주시지요.”
알렉산더는 제국의 대왕답게 이렇게 응수했다. “만약 내가 정복자가 되지 않았다면 디오게네스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은 날 죽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저승으로 가던 중에 강가에서 마주쳤다. 알렉산더 대왕이 먼저 이렇게 인사했다. “아 당신, 다시 만났군! 정복자인 나와 노예인 당신 말이야!” 디오게네스가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다시 만났군요! 정복자 디오게네스와 노예 알렉산더가 말입니다. 당신은 정복을 향한 욕망의 노예 알렉산더이고, 난 속세의 모든 열정과 욕망을 정복한 정복자죠...”

이러한 이상론과는 달리 현실은 경제적 풍요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다다익선(多多益善)’ 즉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특히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한 편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요건 내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그리고 넷째도 모두가 경제력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35평 이상의 아파트와 2,000㏄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은행잔고가 수 억 원에 달하고 또 1년에 최소한 한번 이상 해외여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구 선진국 사람들은, 페어플레이(fair play) 정신을 가지고 살고, 정기적으로 토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있고, 최소한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거나 요리를 잘하는 음식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갈수록 돈이란 자기가 살아가는 데 커다란 불편이 없을 정도만 있으면 이상적이며, 여기에 주변을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자금을 지니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행복관은 주변에 선(善)한 영향력을 많이 떨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녀들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결코 자녀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 또한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이는 그들이 삶의 여정이라는 건축물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 너무 많은 재산은 어쩌면 걸림돌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 삶의 길을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그냥 그 재산을 가지고 편안히 살 궁리를 하기가 쉽기 때문에 무언가 이루어나간다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 하나하나는 매우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도 우리의 욕심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행복 대신 커다란 행운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칫하면 찰나의 행운을 잡기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밟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행복이 넘쳐나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찾는다면서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행운을 뒤쫓으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애쓰지만, 지천에 널려 있는 세잎 클로버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고 한다. 반면, 우리가 수많은 세잎 클로버를 짓밟으면서 찾아 헤매는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행운 하나를 찾겠다고 주변의 수많은 행복들을 마구 짓밟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이면서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돈이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라. 그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 행복이라면 분명히 정의할 수 있다. 내가 바로 그 표본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 년 내내 좋아하는 일만 한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뿐, 내 속을 뒤집어 놓는 사람들과는 관계할 필요조차 없다. 일을 하면서 유일하게 싫은 것이 있다면 3, 4년에 한 번씩 누군가를 해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만 빼면 문제될 게 없다. 나는 탭댄스를 추듯이 일터에 나가 열심히 일하다가, 가끔씩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천장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곤 한다. 이것이 내가 행복을 느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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