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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월가 이긴' 매니저들, "감정조절부터"

기사등록 : 2016-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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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련, 유연한 기준 판단, 밸류보다 성장 전망"

[편집자] 이 기사는 1월 12일 오후 3시5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시장을 이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시각과 내공을 갖추는 게 1순위 전제조건이다.

미국 유력 투자매체 배런스 최신호(9일 자)는 뉴욕 S&P500지수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아웃퍼폼해온 펀드매니저들 4인방(제롬 도슨·새뮤얼 이잘리·데이비드 칼슨·식 세갈라스)을 만나 이들이 투자 업계에 들어서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새뮤얼 이잘리 등은 무려 25년 동안 연 평균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기간을 포함한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도 8.6%~11.3%에 달한다. 위기가 잦아든 뒤 금융시장이 회복되어 온 최근 5년 수익률은 20%에 육박하기도 했으며, 세갈리스 매니저는 매우 어려웠던 최근 1년 동안 11%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줬다.

시장을 아웃퍼폼한 펀드매니저 4명이 설립한 펀드의 운용 성과 <출처=배런스>

◆ 제롬 도슨 "투자 성공하려면 감정 조절해야"

제롬 도슨은 1984년 파르나수스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파르나수스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파르나수스 코어 에쿼티(PRBLX)는 사회적 책임 관련 펀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사회적 책임 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는 최근 증시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비도덕적 행위 등 비재무적 악재가 부각된 가운데 나온 개념으로,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종목을 선별하는 투자 방식이다.

제론 도슨 <사진=블룸버그통신>

그러나 도슨이 처음부터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였던 것은 아니었다. 도슨이 1984년 파르나수스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할 때 초기 자본금은 35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한 해가 지난 후에는 자산 규모가 1200만달러로 뮤추얼 펀드의 손익분기점 3000만달러에도 못 미쳤으며,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후에는 자산이 다시 8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도슨은 "나는 명백한 실패자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 컨트롤을 잘 하는 것"이라는 의외의 조언을 내놓았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감정에 휩쓸리면 위기가 닥쳤을 때 냉정한 투자 판단을 하기기 힘들어지고, 투자 결정을 하면서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요가를 통해 마음을 수련하고 화를 내는 성격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자 파르나수스 펀드는 1991년에 52% 수익률을 올리면서 미국 내 손꼽히는 성장주 펀드가 됐고, 1992년에는 자산 규모도 1억달러로 불어났다.

도슨은 한 때 절대적 가치주를 찾는 투자자였지만 이제는 기업의 과거와 현재 주가순익배율(PER)을 비교해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의 성장주를 찾고 있다. "가치평가 기준이 너무 엄격할 경우 좋은 투자처를 잃게 된다"는 게 도슨의 설명이다. 이는 그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아웃퍼폼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도슨은 가치주를 찾는 유용한 척도로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사용한 '경제적 해자(competitive moat)'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해자'는 중세의 성을 방어하던 연못을 뜻하는데, 버핏의 투자 철학에서는 '기업이 가진 독점력'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버핏은 장기 투자할 종목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독점력을 가진 회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려면 다른 제품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해자(moat)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경영진의 자본 배분 능력도 중요한 판단 척도로 쓰인다.

도슨은 현재 미국 증시가 달러 강세 때문에 상승 여력이 제한돼 있으나 퀄컴(종목코드: QCOM), IBM(종목코드: IBM), 디어(종목코드: DE) 홀푸드마켓(종목코드: WFM) 등은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고 진단했다.

◆ 새뮤얼 이잘리, 헬스케어 투자는 '휠체어' 때문?

새뮤얼 이잘리는 1989년 오비메드 어드바이저스를 설립했다. 이 곳은 현재 세계 최대 독립 헬스케어 투자기관으로, 우리나라 셀트리온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잘리의 동료 80명 중 25% 이상이 박사나 석사학위를 갖고 있고, 10명은 전직 최고경영자(CEO)나 회사 설립자다. 그만큼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어링크 파머슈티컬 인베스트먼트의 앤디 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비메드 어드바이저스는 월가의 헬스케어 투자기관 중 최고"라고 말했다.

새뮤얼 이잘리 <사진=오비메드 어드바이저스>

이잘리는 다리를 쓸 수 없어 휠체어를 사용한다. 고등학교 때 풋볼 주장으로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두 다리가 마비된 탓이다. 이후 그는 체이스맨하탄은행에서 제약주를 담당하며 헬스케어주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헬스케어 분야가 사람 몸의 취약한 부분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잘리와 그의 팀은 헬스케어 관련 기업에서 90여명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와 폭넓게 교류하고 있다. 사모투자나 벤처 투자 부문에도 진출해 있어 의료·법률·규제·신규 제품·인수합병(M&A) 등 초과 수익률(알파) 창출에 필요한 정보 창을 두루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이잘리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500개 기업과 250개 해외기업 중 350개는 펀더멘털이 최악이라는 이유에서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또 다른 200개 기업은 투자에 기폭제가 될 동력이 없다는 이유에서 제외시킨다. 이렇게 해서 남은 200개 기업들은 자주 방문하면서 자세한 투자 전망을 제시할 만큼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이잘리와 두 명의 동료들은 최근 인튜이티브 서지컬(종목코드: ISRG)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로봇을 사용해 자궁절제 수술을 시뮬레이션했다. ISRG는 이잘리의 펀드에서 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로봇은 앞으로 수술 전반에 이용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 업체들의 관심을 두루 받고 있다. 구글 역시 수술에 활용될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잘리는 신임 외과의사(얼리 어답터) 중에서 이 로봇을 쓰는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를 조사한다. 60대의 나이 든 외과의사 중에서 로봇 사용자를 찾는 것보다는 젊은 의사들 중에서 찾는 것이 이 회사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정확한 힌트가 된다는 점에서다.

이잘리는 "ISRG는 예상 주가순익배율(PER)이 29배로 다소 비싸다"며 "그러나 의료 장비업체 중에 10% 넘게 성장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데이빗 칼슨 "밸류에이션보단 장기 성장 전망.. 비자카드 추천"

데이빗 칼슨 GE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연한 기회에 투자 업계에 몸담게 됐다. 그는 인디애나대학교 졸업 후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부서 순환근무로 자산운용을 맡으면서 미디어 부문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됐다.

칼슨은 상사에게 투자 관련 조언을 집요하게 요청했고, 버크셔 해서웨이 연간 리포트와 워런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전부 독파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칼슨이 발견해 낸 가치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현재 뉴욕 증시에서 기라성과 같은 기술주들이다.

칼슨은 평균보다 높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지만, PER나 배당률 같은 지표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기업이 한 해에 10~20% 성장할지, 그리고 향후 3년, 5년, 7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최우선 관심사다.

그런 점에서 중국 경기둔화나 사우디-이란 간 갈등은 투자에 적대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게 칼슨의 판단이다. 글로벌 저성장·저물가·저금리는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중국발 증시 폭락세도 작년 여름에 이미 있었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칼슨이 투자 우선순위로 꼽는 종목은 카드회사 '비자(종목코드: V)'다. 미국 비자카드가 유럽 파트너인 비자유럽을 인수하면서 평균을 웃도는 성장 잠재력과 우수한 비지니스 모델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비자의 비자유럽 인수는 카드 업계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큰 규모라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었다. 리사 엘리스 스탠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가 완료된 후 비자의 주당 순익이 오는 2017년까지 12%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칼슨은 "비자는 순익이 두자릿수로 성장하는 데 이어 향후 5~7년간 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무선 및 방송통신 설비회사 아메리칸 타워(종목코드: AMT)도 매력적인 종목으로 꼽혔다. 칼슨은 아메리칸 타워가 향후 3~4년간 배당이 한 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5년이 넘게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식 세갈라스 "버핏 따라 주식투자…비자·마스터카드 굿"

제니슨 어소시에이츠의 식 세갈라스 설립자는 운용 자산이 1830억달러에 이르고, 40년 넘게 서비스를 제공한 고객이 여럿일 정도로 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세갈라스는 워런 버핏처럼 주식 투자를 하면서 이 업계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 졸업 후에 시작해 버핏보다는 출발이 늦었다는 점이다.

세갈라스는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주식을 기업공개(IPO) 때부터 갖고 있었다. 때때로 팔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유튜브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도 15~20% 상승할 것을 기대해 보유하고 있다.

세갈라스는 뉴욕 증시가 현재 적정 수준에 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증시 폭락 등 최악의 사태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세갈라스가 중시하는 기업은 비자카드마스터카드(종목코드: MA)다. 그는 이들 기업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6%)을 배분하고 있다. 세갈라스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급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산업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며 "매년 성장을 계속할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높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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