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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열전] 기억하나요, 전도연 지키던 동남이?…금수저 논란 없는 유일무이 '2세 배우' 하정우

기사등록 : 2016-08-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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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에서 정수를 열연한 배우 하정우 <사진=뉴스핌DB>

[뉴스핌=장주연 기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배우 하정우(38)가 대중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었을 때, 그는 ‘귀요미’ 훈남이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에서 대통령 딸 윤재희(전도연)의 보디가드 안동남을 연기할 때였다. 멋있기보다는 엉뚱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 전도연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내 얼굴 어때?”라고 물으면 “보름달 같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하정우 특유의 능글거림과 잘 맞아 떨어진 캐릭터였다. 그래서였을까. 이 드라마는 배우 하정우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작품이 됐다.

물론 하정우는 그 인상을 남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그도 제법 오래 ‘김용건의 아들’이란 타이틀 아래 지내던 때가 있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부터 ‘오델로’ ‘고도를 기다리며’ 등 수많은 연극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 연기 내공을 쌓았으나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2002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후 제법 긴 무명 시절 동안 그와 관련된 모든 기사에는 ‘김용건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주어진 역할이 바람둥이 변리사(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2002), 신민아의 전남친(영화 ‘마들렌’) 등이었으니, 어쩌면 그편이 서로에게 최선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눈에 띈 건 윤종빈 감독의 대학 졸업작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서다. ‘프라하의 연인’이 전파를 탄 2005년 개봉한 이 작품은 군대 계급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꼬집은 독립 영화다. 당시 ‘용서받지 못한 자’는 부산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한국 영화의 수확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극중 말년 병장 태정을 열연한 하정우는 그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자 연기상을 받았다. 본명 김성훈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하정우 이름 석 자는 그렇게 관객의 뇌리에 박혔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과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얼굴을 알린 배우 하정우 <사진=SBS '프라하의 연인' 방송 캡처·청어람>

이후 하정우는 ‘시간’(2006) ‘숨’(2007) 등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드라마 ‘히트’(2007)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그리고 2008년 마침내 잭팟이 터졌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가 신의 한 수가 됐다. 구부정한 어깨에 정과 망치를 쥔 살인마 영민은 하정우를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시켰다.

이를 시작으로 완전히 영화로 방향을 튼 하정우는 그때부터 승승장구 행보를 이어갔다. ‘국가대표’(2009)로 803만 관객을 동원, 흥행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황해’로 전매특허 ‘하정우 먹방’을 만들어냈다. ‘의뢰인’(2011)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러브 픽션’(20012) ‘베를린’(2013)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특히 ‘더 테러 라이브’(2013)의 원톱 열연은 배우로서 가치를 재증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이후로도 하정우는 ‘군도:민란의 시대’(2014), ‘허삼관’(2015), ‘암살’(2015) 등 굵직굵직한 영화에 출연했고, 지난 5월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또 한 번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신작 ‘터널’로 봄날을 보내고 있다. 10일 개봉한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를 구조하고자 하는 터널 밖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영화다. 극중 재난에 빠진 남자 정수 역을 맡은 하정우는 또 한 번 원톱 주연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유쾌함과 진지함이 적당히 버무려진 그의 열연에 힘입어 이 영화는 개봉 일주일 만인 16일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더 테러 라이브’를 시작으로 ‘군도:민란의 시대’ ‘암살’ ‘터널’까지 4년 내내 국내 대형 배급사 텐트폴 영화에 참여해온 하정우는 ‘터널’의 흥행으로 다시 한 번 충무로에서 제 위치를 확고히 했다. 

하정우가 열연을 펼친 영화 '추격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황해'·'러브픽션'·'암살'·'더 테러 라이브'·'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스틸 <사진=쇼박스·NEW·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라는 타이틀 떼놓고 봐도 하정우에 관해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에게는 또 다른 롤들이 있기 때문. 첫 번째는 감독이다. 하정우는 지난 2013년 영화 ‘롤러코스터’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물론 흥행 면에서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하정우표’ 코미디를 만들어내며 평단으로부터 적잖은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15년 직접 출연하고 만든 상업 영화 ‘허삼관’을 선보인 그는 현재 세 번째 연출작 ‘코리아타운’(가제)을 준비 중이다. 하정우의 말을 빌리면 배경은 하와이, 한국에서의 어두운 과거를 세탁하고 하와이로 넘어와 새 삶을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8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직업인 화가로도 활발한 활동 중이다. 그간 하정우는 여러 번의 기획·단체전과 9번의 개인전을 개최, 100점이 넘는 작품을 공개했다. 2004년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그의 그림 실력은 가히 프로급. 잭슨 폴록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좋아하는 만큼 개성도 뚜렷하다. 알려진 바로 최근 한 전시회에서는 그의 그림이 최고 18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화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민망한 기색이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림 그리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애정은 전업 작가들 못지않다.

감독(왼쪽)과 화가로 활동 중이 하정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뉴시스>

사족으로 들리겠지만, 지난겨울 하정우의 부친이자 배우 김용건이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SNS 계정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용건의 게시물 댓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는 ‘아버님’이다. 김용건은 큰아들 덕분에 데뷔 49년 만에 ‘국민 시아버지’라는 기분 좋은 새 수식어를 얻었다. 그리고 이는 하정우가 ‘금수저 논란’에 휩싸일 수 없는 유일무이한 2세 배우라는 반증이 됐다.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지금 그가 일궈낸 자리는 훨씬 더 가치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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