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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LS 다음은 부동산? 증권사들의 '쏠림 마케팅' 경계

기사등록 : 2016-09-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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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데자뷔(Deja-vu). 첫 경험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우리나라 증권업계의 마케팅 전략을 보면 이런 데자뷰를 느낀다. 일정 기간마다 반복되는 추천 상품의 '쏠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여전히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 내고 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영업 행태를 갖는다. 인사이트펀드, 브라질채권, 주가연계증권(ELS).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던 금융상품들이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투자자들이 혹할만한 고금리 내지는 안정성을 강조하며 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시장이 갑자기 반대로 움직이자 손실이 확대됐고 아직까지도 투자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형국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증권사에도 손해다. 작년 초까지만해도 ELS는 증권사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판매 수익도 쏠쏠할 뿐 아니라 자체 헤지를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작년 3분기부터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났다. 당시 홍콩H지수를 기초로 발행, 판매된 ELS는 무려 전체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특정 자산에 쏠려있었다.

최근 부동산 유동화 상품들을 보면 이런 데자뷰가 느껴진다. 각 증권사에 최근 추천 상품을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부동산 관련 펀드 혹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동산 PF 전단채(ABSTB)다.

미래에셋증권은 베트남 '랜드마크 72 빌딩'을 유동화시켜 ABS 형태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흥행시켰고,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티마크그랜드호텔' 공모 부동산펀드도 1시간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또 증권사의 신용보강을 거친 '부동산PF 전단채'는 PB센터의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컨셉의 신상품들이 나오는 것은 반길만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전처럼 모두가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게다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무분별하게 부동산 익스포져를 늘리는 것은 증권사에도 고객들에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한 대형증권사의 WM임원과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적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둔 부동산 상품 판매 확대에 대해 그는 "사실 걱정은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시장은 부동산 유동화 상품 도입 초기 단계이며, 한동안 저금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으로 관련 상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글로벌 시장이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지 아니면 당장 오는 9월 미국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지 누구도 확답하기 어려운 시기다. 금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불확실하다.

전망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 뿐,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가 처음 접해보게 마련이다. 때문에 한 가지 특정 자산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넣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고 했던가. 인사이트펀드로, 브라질채권으로, ELS로 남들이 짭잘한 수익을 냈다는 얘기만 듣고 뒤늦게 올라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무수히 많다. 올바른 투자를 배우기 위한 강습료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증권사에서도 타사의 히트 상품을 무분별하게 따라가는 풍조부터 없애야 한다. 아울러 군중심리를 이용해 골칫덩이 물건을 밀어내는 교묘한 상술도 지양해야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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