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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해태·오리온 총수는 디자이너?…'특허에 이름을 슬쩍'

기사등록 : 2016-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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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제품 디자인특허 창작자로 총수 일가 이름 올려
해당업체들 "책임경영 차원"...업계 관계자 "오너에 대한 의전 성격"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11일 오후 4시36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크라운·해태제과와 오리온의 수 많은 디자인 특허에 각 사의 총수 이름이 창작자로 등재돼 있어 이목을 끈다. 이들 회사의 대다수 디자인 특허에는 원래 창작자 대신 총수가 직접 창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며 의문의 시선을 보낸다.

11일 제과업계 등에 따르면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와 오리온은 거의 대부분의 디자인 특허에 오너 일가의 이름이 창작자로 올려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는 지난달 10일 5개의 디자인 특허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여기에는 만두의 디자인 2종을 비롯해 초콜릿 ‘젠느’의 상자 디자인 2종, 츄잉껌 ‘썬키스트’의 상자 디자인 등이다.

이들 특허의 출원인은 모두 해태제과로 돼 있지만 창작자에는 신 대표의 이름이 올라있다.

같은 시기 크라운제과에서는 ‘쿠크다스 멜랑쥬’, ‘디샤 화이트’ 상자의 디자인 특허가 등록됐다. 이 역시 출원인은 크라운제과지만 창작자에는 윤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와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사진=각사>

오리온 역시 모든 디자인 특허가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의 이름으로 올려진다. 이 회사는 지난달 19일 디자인 특허로 등록된 ‘Mr.B’ 5종 상자 디자인에 창작자로 이 부회장의 이름을 올렸다.

크라운제과는 소멸된 특허를 포함한 255개의 디자인 특허 중 240개 이상을, 해태제과는 소멸 포함 133개 특허 중 107개 이상을 모두 오너 일가가 창작한 것으로 등록했다. 오리온은 1996년 이후 1000건이 넘는 디자인 특허를 모두 이 부회장의 창작물로 등록했다.

사실 특허에서 창작자란 '명예'라고 볼 수 있다. 특허에 따른 법적 권리를 출원자가 모두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청은 기술을 개발했거나 창작한 이를 기록에 남기기 위한 취지로 특허 신청시 발명자나 고안자, 창작자의 이름을 함께 넣도록 하고 있다.

실제 롯데제과, 농심, 빙그레 등 식품업계의 다른 기업들은 모두 디자이너의 이름을 창작자로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등 다른 업종의 기업도 특허를 회사 이름으로 소유하지만 창작자에는 연구, 개발자의 이름을 올린다.

디자인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디자인특허 창작자에 올라간다는 것은 그 자신의 커리어가 되면서 동시에 자존심이 되는 일”이라며 “왜 실익도 없는 창작자의 이름에 오너 이름을 올리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형 제조사 관계자도 "총수나 사장이 창작자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그 스스로가 직접 창작, 개발했을 때 뿐"이라며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총수들이 직접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닐까.

오리온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비록 회장은 아니지만 최대주주이자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 차원에서 디자인 특허 창작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도 “회사의 공식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대표이사 명의로 창작자로 신고하고 있다”며 “해태제과는 100% 외주업체에서 디자인을 진행해 그 권리는 회사에 귀속되는데 절차상 특정개인으로 창작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 관리차원에서 부득이하게 대표이사로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가 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니 창작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이 궁색하다는 지적도 많다. 오리온의 경우 이 부회장은 현재 등기임원도, 대표이사도 아니다. 오히려 직무발명 보상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창작자에 디자이너의 이름을 남기는 것이 보상을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제과업체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사실 저런 것은 거의 오너에 대한 의전 성격으로 진행된 일”이라며 “관례처럼 진행되다 보니 내부적으로 여기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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