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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티켓 '인플레 파이터' 최순실‧김영란법…‘연말공연’ 실속이 대세

기사등록 : 2016-1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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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좌석 전체의 40%...기업후원 보답해 공연값 올리는 주범
崔 파문으로 후원 뚝, 초대권 남발 사라지고 자리잡은 착한 가격

[뉴스핌=황유미 기자] 수십만원에 달하는 공연 티켓은 서민에게 사치였다. 서민들은 '문화 향유=비싼 공연 관람'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돈 주고 볼 엄두는 안나지만, 가끔 저가에 재수 좋으면 공짜표를 손에 쥘 때도 있었다. 나들이에 좋은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연말 공연대목 때 그랬다.

누군가 건넨 S석 티켓에 적힌 가격은 25만원. 서민들은 초대권 아니면 이 공연은 남의 일이다. 그래도 비싼 공연 티켓을 우연치 않게 손에 쥔 날만큼은 문화 향유층이 돼 보고자 한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최순실 파문으로 기업들의 후원이 쪼그라들었다. 또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짜표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실속’공연이 자리잡고 있다. 공연 주최 측은 2만~3만원대 좌석을 기획하거나 1 플러스 1 할인혜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공연장에 가면 절반 넘는 좌석이 고가의 S석인 경우도 있다. 기업 후원에 보답하기 위한 초대권 남발은 티켓 가격이 비싸지는 이유 중 하나. 공짜 초대권이 많아질수록 돈을 주고 구매하는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란 지적이다. 최순실 파문으로, 김영란법 영향으로 이제 공연 값 인플레는 수그러들었다. 서민들도 진짜 문화 향유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달 19일에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공연. 2, 3층 대부분을 B석으로 책정해 2만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다음달 19일 진행되는 한 오케스트라 공연. 2, 3층 대부분을 B석으로 책정해 2만5000원의 ‘착한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클래식 콘서트 가격을 최고 12분의 1까지 파격 할인한 티켓도 등장했다. 기획사가 기존 R석과 S석, A석이 고루 분포돼 있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층 전 좌석을 C석으로 일괄 조정해 2만5000원에 내놓은 것이다. 30만원에 달했던 2층 로열석이 별안간 2만5000원짜리로 뚝 떨어졌다.

기획사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진행됐던 해당 공연의 티켓 오픈 시점이 ‘김영란법’ 시행과 겹쳐 (김영란법에 대비해) 가격을 낮춰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획사가 마련한 또다른 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2층과 3층 대부분을 B석을 구분했다. 가격은 2만5000원.

우리나라 공연 티켓값은 저렴한 편은 아니다. 클래식공연의 경우 최고 40만원대 티켓도 존재한다. 인기 뮤지컬의 경우 보통 B석 5만원에서부터 VIP석 14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문제는 가장 비싼 VIP 좌석이 전체 좌석의 40% 가까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현재 인기 순위 1, 2위를 차지하는 뮤지컬의 경우 VIP좌석 비율이 각 39%, 38%다.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직장인 김모(30)씨는 “클래식 공연의 비용이 20만~30만원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라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어느 정도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6년 뮤지컬 ‘라이언 킹’을 한국에 선보인 일본의 공연단체 사계(四季) 대표 아사리 게이타는 국내 높은 공연 티켓 가격을 지적하며 "보통사람 평균 월급의 20분의 1이 적정 티켓가격"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은 월 264만원이다. 결국 적정 티켓 가격은 13만원 내외다. 서민의 월급은 이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정 티켓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공연계에 따르면 기업 후원에 보답하기 위한 초대권의 남발도 티켓 가격을 올리는 하나의 이유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기업 후원을 최대 70~80% 받는 공연도 존재하는 걸로 안다”며 “업계 관행에 따라 20~30% 정도 금액이 초대권으로 나가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돈 주고 사는 사람에게 공연가격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로 연극 공연을 50~80% 할인해 판매하는 티켓부스. 정가 3만원의 공연을 1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과 소비자의 부담을 의식한 듯 뮤지컬 업계는 다양한 할인 혜택을 활용해 ‘실속 티켓’이 제공하고 있다. ‘스토리오브마이라프’ 뮤지컬은 40% 할인받을 수 있는 ‘스페셜 쿠폰’을 발행하고 있었다. 

인터넷 티켓사이트에 올라온 대형 뮤지컬 ‘오! 캐롤’도 새해 특별할인, 모녀 할인 등을 이용해 30% 저렴하게 티켓을 제공 중이다.

연극공연도 마찬가지다. 대학로에서는 대부분 매표소가 정가의 50%인 15000원에 연극 공연표를 판매했다. 50~80% 할인을 내건 티켓 부스도 존재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부스에서 ‘작업의 정석’ 연극 공연 티켓을 구매한 송모(여·29·직장인)씨는 “이 정도(1만5000원)면 저렴한 거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근처에서 교육을 받고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편안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공연을 자주 보는 이효진(30·주부)씨는 “1+1 이벤트 등 할인 혜택을 이용해 뮤지컬을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잘 구매한다”며 “그래도 이왕이면 이런 할인티켓보다는 가격 자체가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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