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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수익성 두 마리 다 잡는 'FI들'

기사등록 : 2017-01-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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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주식담보 풋옵션 주식매입옵션 적극 요구
사전협상 통해 CB 전환가가 현 주가보다 낮춘다

[편집자] 이 기사는 1월 25일 오후 4시1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지완 기자]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오랜기간 유능한 펀드매니저(FM, Fund Manager)에 몰렸던 투자금이 최근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FI들 역시 안정성과 유동성을 높이면서도 수익률을 극대화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들이고 있다.

FI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회사들과 협의해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 이미 발행조건이 확정된 공모상품에 투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껏 벤처캐피탈이나 저축은행 등에서 해오던 투자방식을 이제는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들이 운용이나 자문영역을 넘어 FI로 참여, 고수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 “주식담보로 안정성 높이고, 주식매입옵션으로 수익률 극대화”

FI들은 발행회사와의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투자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인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CB(전화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할 때 담보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 200억원 규모로 에스맥 CB에 투자할 때 부채비율이 낮은 에스맥 신용위험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기변동에 노출돼 있는 IT회사의 특성을 감안해 자회사 오성엘에스티 주식을 담보로 요구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스맥 CB를 매입할 당시 오성엘에스티 주가는 1000원 부근이었다. 시가로 담보가치가 200% 수준이 됐다. 오성엘에스티는 워크아웃과 증자를 통해 차입금이 크게 줄어 후순위(주식) 담보를 잡아도 선순위와 비슷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채권투자자문은 지난해 10월6일과 13일 발행된 에스맥CB 7·8회차에 총 2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자회사 오성엘에스티 지분 4000만주를 담보로 제공받았다. 액면가 500원을 기준으로 담보율은 100%이며,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담보가치만 400%에 달한다. 실제 오성엘에스티는 지난 1월 증자대금 납입으로 무차입회사가 됐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매수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발행조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윤정식 바로투자증권 과장은 “자금력이 있는 FI는 발행자에 불리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넣기도 한다”면서 “발행자에게 불리한 이런 독소조항이 투자자에게는 안정성과 수익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했다.

예컨대 에스맥 CB는 매입일로부터 1년 뒤부터 에스맥CB 매입의 40%에 해당하는 오성엘에스티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주식매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에스맥 CB 1억원어치를 샀다면 오성엘에스티 주식을 액면가(500원)에 4000만원(8만주)어치를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성엘에스티 24일 종가가 1835원. 이미 주당 1335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주식매입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160만주에서 이미 2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이 만들어진다.

신재철 한국채권투자자문 채권운용본부장은 “최근 회복세인 업황을 고려할 때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오성엘에스티의 향후 성장성은 높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주가수익률도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가 전망되는데 이자, 만기보장수익률, 에스맥 주가상승에 따른 전환행사 등이 이뤄지면 수익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답했다.

◆ 풋옵션은 기본장착, 전환가격도 크게 낮춰 CB 발행 요구

유동성 확보도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국내 메자닌 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에이원투자자문의 선형렬 대표는 “발행기업에게 무조건 1년6개월~2년 사이에 풋옵션을 삽입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3년 폐쇄로 운영되는 펀드상품의 특성상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선 풋옵션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에스맥CB 역시 1년6개월 뒤 되팔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조항이 들어가 있다.

발행금리, 만기보장수익률, 전환가격 등 발행조건에서도 FI 우위의 시장상황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규태 라임자산운용 이사는 “사모로 발행된 CB를 인수할 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발행금리, 전환가격 등을 높이려고 협상한다”고 전했다. 박진형 SBI저축은행 여신지역사업부 여신지역3팀(삼성) 팀장 역시 “그동안 증권사 IB를 통해 사모CB 발행조건을 놓고 발생사와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고수익 사업을 이어왔다”고 답했다.

김형호 대표는 “지난 11일 100억원 규모로 투자한 로코조이 CB는 전환가격이 4284원으로 발행 당일 종가 6470원보다 크게 낮았다”면서 “로코조이 FI로 참여해 발행 전 CB 발행조건을 두고 협상을 진행했다. 이 조건 그대로 12월초 이사회에서 결의돼 CB가 발행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채권투자자문은 FI자격으로 슈넬생명과학CB에도 230억원 투자했다. 이 CB 역시 에이프로젠의 주식담보와 주식매입옵션을 부여받았다. 회사측은 연내 상장 또는 우회상장이 이뤄진다면 고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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