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newspim

[전업맘 vs 워킹맘②] 학연·혈연·지연보다 끈끈한 ‘단톡방’ 교과서

기사등록 : 2017-02-11 09:01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학교·학원 정보교류場…전업맘 교육지침서 노릇
“부러우면 진다?” 워킹맘, 그래도 부러운 이유는

[뉴스핌=조동석 기자]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들을 둔 전업주부 A(45)씨. 올해로 아들 친구 엄마들과 단체카톡방을 개설한지 4년. 학교 준비물이 무엇인지부터 어떤 학원이 좋은지, 학교 선생님 평판은 어떤지, 지금 어떤 운동과 취미를 가지는 게 좋은지 등, 이 단톡방은 A씨의 가장 중요한 교육 지침서다.

이미지=게티이미지

단톡방에 참여한 엄마들은 전업맘. A씨도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회사를 관뒀다. 간혹 시간제 일을 하는 엄마들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아들 친구 엄마 대신 1일 엄마가 돼 주기도 한다.

나이는 달라도, 초등학교 6학년 자녀의 엄마이면서 전업맘이란 공감대는 학연이나 지연보다 끈끈하다.

이 단톡방 엄마들의 요즘 관심사는 아이들의 사춘기. 그동안 학원과 단체운동 등이 단톡방의 주 메뉴였다면, 중학교 보내기 앞서 화제가 바뀌었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자녀 교육이나 성장만 다루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전업맘 B(41)씨. 단톡방에 딸의 친구 수학경시대회 수상 기념, 치맥 파티 날짜와 시간이 떴다.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나 오늘 밤에 나가야 하니까, 일찍 들어와.”

주말 저녁에는 딸 친구 엄마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정보교류가 이어진다. 정보에 목마른 워킹맘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이들은 평일 낮, 같이 쇼핑한다. 친언니 친동생보다 더 친하다.

명절 음식 나눠 먹는 것은 당연한 일. 단톡방 한 엄마의 친정엄마가 보냈다는 고구마를 받을라치면 B씨는 자신의 친정엄마가 문득 그리워진다.

이들은 동네 주요 소비세력으로도 등장한다. 아줌마들 입소문은 동네 가게의 흥망성쇠를 가른다. B씨는 “아줌마들한테 소문난 식당은 다른 아줌마 그룹에게 입소문이 나고, 자연스레 남편에게도 전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인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예비초등학생들과 엄마가 학교를 둘러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워킹맘은 부럽다. 직장 일에 매달리느라 아이 얼굴 마주 하기도 어렵다.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또 혼자 뛰어다니면서 학교와 학원, 아이들 놀이문화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없다. 다른 엄마들과 교류가 많지 않지만, 그나마 잘 아는 전업맘에게 SOS를 쳐볼까.

단체 카톡방을 개설해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는 이런 전업맘들에게 워킹맘들이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일하느라 집안 살림 하느라 바쁜 와중에 아이들을 돌 볼 시간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는 게 워킹맘의 최대 고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위킹맘 C(44)씨는 주말에 가끔 전업맘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C씨는 동네 전업맘들과 교류한다.

그의 직업은 소아과 의사. 직업 탓인지 전업맘들에게 인기가 좋다. 각종 질병에 대한 상식을 동네 엄마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성장기 아이들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

“키가 큰편인데, 성장 조절을 해야 하나” “약물을 투여하면 부작용은 없나” 등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을 해준다. 그는 동네 엄마들에게 ‘허준’으로 통한다.

“부러우면 진다” 했지만, 워킹맘들에게 전업맘의 단톡방은 동경의 대상이다. 특히 요즘 같이 새학기를 앞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