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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싸움에 등터지는' 싱가포르, "국제법 지켜라"

기사등록 : 2017-03-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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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 "국제법은 지켜져야 한다" 원칙
"미국 TPP 탈퇴 실망…신뢰 훼손한 것"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양국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아시아 국가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지난 수십년 동안 무역과 투자에 의존하는 개방형 경제체제를 추구했고, 이 과정에서 미-중 모두와 경제적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 경제와 문화 면에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안보협력 부문에서는 미국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처럼 중국과 미국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닮았다. 다만 싱가포르 총리는 어떤 게 국가 전체 이익에 더 부합하는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명확히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 리셴룽 "국제법은 지켜져야 한다" 원칙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싱가포르의 어려운 입장을 토로하면서도, 자국의 외교 원칙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어려워진다면 우리의 입장도 난처해진다"며 "두 나라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운을 뗐다. 

리센룽 총리 <사진=블룸버그통신>

싱가포르는 중국과의 교역 규모 1위, 투자 1위, 중국인 관광객 1위 등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매우 높다. 또 인구의 70% 이상이 화교출신이어서 중국과 혈연적으로도 긴밀하다.

반면 미국은 싱가포르와 근접한 말라카해협을 해군의 전략적 요충지로 사용하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매년 5만척의 수송선과 어선 및 연안 항해 선박들이 오가는 핵심 지점이다. 중국 원유 수입의 8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유사시 미국이 봉쇄한다면 중국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싱가포르로서는 중국과 미국 둘 중 어느 한 국가를 택할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중국이 작년 7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일으켰을 때 싱가포르는 의외로 단호한 입장이었다.

당시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의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대해 리셴룽 총리는 ▲국제법은 지켜져야 하며 ▲항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아세안은 단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밝혔다. "국제법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작은 나라는 생존 기회마저도 없어지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대국들은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작은 나라는 그럴 수 없으며,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국제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는 리셴룽 총리 <사진=블룸버그통신>

◆ "미국 TPP 탈퇴 실망…신뢰 훼손한 것"

리셴룽은 이전에도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은 필연적이나, 아세안의 소규모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 편을 고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BBC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단호한 모습을 또다시 보였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는 미국에 대한 신뢰를 깨트린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 총리는 "TPP를 위해 오랫동안 어려운 협상을 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탈퇴에 대해) 실망이 컸다"며 "미국 없이 11개국이 합의하더라도 우리는 서명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실재하는 강대국"이라면서도 "TPP 탈퇴가 미국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새로운 기류가 나타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리 총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외교관계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외교 관계에서 양국은 언제나 긴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서로에게 가져야 한다"며 "중국은 이를 이행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미국은 그만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럽, 중동, 우크라이나, 남미 등 수많은 국가들과의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싱가포르와의 외교관계에 대한 관심이 퇴색되는 경우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TPP 탈퇴가 이러한 미국의 행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우위에 있는 강대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아쉽게 생각한 점을 숨김없이 밝히는 발언이었다. 

리 총리는 "관계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다면,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면들 뿐만 아니라 경쟁하고 있는 면에서도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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