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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160억개 연애담 엿본 '스캐터랩', 국민 연애도우미로

기사등록 : 2017-05-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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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앳’으로 커플매니저 역할
인간과 감정 나누는 AI 개발 목표

[뉴스핌=최유리 기자]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남녀 사이는 옛말이 됐다. 사귀기 전 '썸'(교제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을 타고 연인이 되어서도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시대다. 누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는지, 왜 메시지를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는지 뭔지 사랑의 미로는 복잡하기만 하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미로 속의 길잡이를 자처한 남자다. 연애 도우미 애플리케이션 '텍스트앳'과 '진저'를 통해서다. 텍스트앳과 진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들여다본 메시지만 총 160억건에 이른다.

◆ ‘썸녀’ 문자 탐구하던 청년, 연애 밀담에 빠지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김 대표의 인생을 바꾼 것은 대학 시절 한 수업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계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내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 수업에서 메시지의 특정 패턴과 호감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로 했다.

분석 결과 둘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를 더 자주 쓰는 식이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형식, 뉘앙스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는 말을 증명한 셈이었다.

상관관계를 발견했지만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특정 메시지를 보고 상대방의 감정이 어떤지 분석하는 것은 훨씬 복잡한 문제였다. 김 대표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중·고등학교 동창생 2명을 합류시킨 이유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창업은 텍스트앳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메시지를 입력하면 호감도를 분석하는 서비스였다. 

"'ㅋ'와 'ㅠ'를 예로 들어보죠. ㅋ는 여자보다 남자가, ㅠ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이 사용합니다. 남성은 호감 있는 여성에서 ㅋ 사용 빈도를 늘려요. 반대로 여성은 좋아하는 남성에게 ㅋ보다는 스티커나 이모티콘을 날려요. ㅋ와 달리 ㅠ는 남성과 여성 모두 호감의 정도와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남녀 모두 호감 있는 이성에게 ㅠ를 더 사용하게 된다는 얘기죠."

◆ 우연에서 인연으로…위기의 순간마다 빛난 조력자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와 직원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스캐터랩은 웹사이트에서 모바일 앱으로 둥지를 옮겼다. 메시지를 가져오는 방식은 단순화시켰다. 직접 입력하는 것에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라인'에서 옮겨오도록 했다.

대화 내용을 분석하면 서로에 대한 호감도를 수치로 볼 수 있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사귈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상대방의 현재 감정 상태뿐 아니라 변화 추이도 보여준다. 자체 분석 결과 정확도는 80% 이상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익이었다. '당근' 판매가 쏠쏠한 재미를 못 봤기 때문이다. 당시 텍스트앳은 500~1000원을 내고 당근 포인트를 사면 더 세세한 분석과 연애 상담을 제공했다.

사업 자금이 떨어지던 시점 이택경 당시 프라이머 대표(현 매쉬업엔젤스 대표)를 만났다.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를 이끄는 이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현 카카오)를 창업한 인물이다. 다음 출신 스캐터랩 개발자가 연결고리가 됐다. 조언이나 받자는 생각에 찾았던 이 대표는 뜻밖에 투자를 제안했다. 2015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KTB네트워크로부터 1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영화 'Her' 현실로…인간과 감정 나누는 AI 개발 목표

서비스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친구 같은 인공지능(AI)을 만들고 싶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AI 운영체제 ‘사만다’처럼 말이다.

친구 같은 AI를 만들기 위해 스캐터랩은 머신러닝 전문가 4명을 합류시켰다. 포부는 원대하다. '인류의 행복 증진'이 그가 내세운 목표다.

"텍스트앳이나 진저 이용자들이 서슴없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일 겁니다. 연인을 포함해 가까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인간관계에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친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텍스트앳은 남녀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분석해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려준다. <캡쳐=스캐터랩 홈페이지>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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