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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기금이 사들인 미국 CLO에 '위험' 경보

기사등록 : 2017-05-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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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LO 발행량 1년 만에 배증…"아시아 수요 급증"
소매·에너지 디폴트 우려↑…무디스, 상품평가 중단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22일 오후 4시33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 이홍규 기자] 한국 우정사업본부 등 등 아시아 연기금과 자산운용 업계가 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미국의 구조화 상품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국의 자산운용사들은 가장 위험한 부분이자 고수익을 내는 후순위, 이른바 에쿼티 트랑셰(tranche)를 포함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투자를 늘려왔다. 덕분에 CLO 발행량은 1년 전보다 두 배가 됐다.

CLO는 기업들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CLO는 신용도에 따라 최우량(시니어), 우량(메자닌) 트랑셰 등으로 나뉘는 데 가장 후순위인 에쿼티 트랑셰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부분을 일컫는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CLO 발행액은 아시아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3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1년 전보다 97% 늘어난 것으로, 이글포인트 크레딧매니지먼트는 연말까지 발행액이 1000억달러까지 부풀어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작년 비(非) 미국 머니매니저(money managers)의 미국의 A등급 CLO 트랑셰 보유 비중은 3배 늘어난 21% 이상에 달했다. 이 역시 대부분 아시아 지역의 수요에 기인한 것이다.

CLO 신용도별 수익률 <자료=블룸버그통신>

◆ 한국 기금들, 공격적으로 에쿼티 트랑셰 매입

이 같은 현상은 국내의 저금리 현상과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지난 5일자 모간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까지 B등급 CLO 트랑셰의 투자 수익률은 약 15%로 미국 정크 본드 수익률 4.1%(19일 기준)보다 훨씬 높다. 또 AAA등급 CLO 트랑셰의 수익률은 약 3%를 내는 데 반해 한국과 일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각각 2.2%, 0% 그친다.

이 같은 매력적인 수익률 때문에 지난 3월 한국의 우정사업본부는 CLO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고, 일본 유초은행(Japan Post Bank)은 가장 안전한 트랑셰에 노출도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의 고퍼자산운용은 CLO에 투자할 두 번째 글로벌 크레딧 펀드를 위해 자금을 조달 중이다.

우리나라 펀드 일부는 에쿼티 트랑셰 매입에 '초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자산운용의 한 임원급 인사는 다른 펀드들이 '결합채권(combination notes)'이라고 알려진 투자 등급과 에쿼티 트랑셰가 혼합된 상품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까지 아시아 운용사들의 CLO '베팅'은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 소매·에너지 디폴트 우려·신평사 상품 평가 중단

미국 소매와 에너지 업종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CLO 상품 한 종류에 대한 평가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CLO 상품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에너지와 소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CLO를 구성하는 레버리지론(leveraged loan)의 올해 예상 부도율을 지난달 2%에서 2.5%로 높여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행된 CLO에서 부실 대출의 가장 큰 기여 업종은 에너지와 소매업이라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경계 요인으로 거론된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17일 미국 레버리지론의 수익률은 5.98%로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리저버 파트너스의 플로이드 타일러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CLO 에쿼티가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CLO 구조의 비유동적인 특징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신용사이클이 전환하기 전에 이 곳에서 빠져나오길 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아시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결합채권(combination notes)' 역시 CLO 리파이낸싱(차환) 관련 위험으로 감시 대상에 올랐다.

작년 말 신평사 무디스는 일부 시나리오에서 채권 소유자들이 투자를 시작했을 때와 달리 신용도가 낮은 상품들을 보유한 채 남겨질 수 있다면서, 관련 신규 발행 상품에 대한 신용 평가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리소스 아메리카의 마이크 테르윌리거 포트폴리오매니저는 "CLO는 어려운 투자 세계고 CLO 에쿼티는 붐앤버스트(boom-and-bust)상품이다"면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적절하게 보상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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