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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30주년] 1987 유탄유석·무석무탄 vs 2017 촛불과 비폭력

기사등록 : 2017-06-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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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보람 기자] 30년 전 6월10일 민주항쟁과 2017년 촛불. 꼭 닮은 시민혁명이지만, 다른 점은 무엇일까.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0주기 특별기획전시회 '2017이 1987에게'에서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10일 오늘, 대통령 직선제 등 개헌을 이뤄내며 대한민국 역사의 한획을 그은 6.10 민주항쟁이 30주년을 맞았다.

1987년 당시 서울대생이던 박종철 씨 고문치사사건과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선언에 이어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까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6월10일 규탄대회는 전국적으로 격렬하게 펼쳐졌다.

그 결과, 정부는 대통령 직선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약속했다. 6.29 선언이다. 지금의 대통령 선거는 오롯이 국민들이 쟁취해 낸 민주화의 상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선고를 앞둔 지난 3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의 19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30년 후, 수많은 시민들은 다시 한번 광장으로 나갔다. '촛불'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30년 전 민주항쟁과 2017년의 촛불 집회는 시민들이 자신의 힘으로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데서 맥을 같이 한다.

 

[6월항쟁 공식홈페이지 캡처]

다른 점은 많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비폭력'이다.

30년 전 민주화 항쟁에서 시민들은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들과 온몸으로 맞서 싸웠다. 최루탄이 터지고 몽둥이가 휘둘러졌다. 시위대를 저지하려는 경찰의 움직임에 시민들도 폭력을 사용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유탄유석’(최루탄이 없으면 돌을 던지지 않는다)과 경찰의 ‘무석무탄’ 논쟁도 이어졌다.

하지만 30년 후 촛불집회에선 이같은 모습이 사라졌다. 과거 민주화항쟁의 주역이던 20대가 가장이 돼 가족과 함께 촛불을 들고 나왔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한 젊은 층과 어린 학생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그러다보니 시위현장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주말마다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수는 10주 째인 지난해 말, 주최측 추산 누적 10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지만 폭력은 없었다. 청와대 인근에서 한 때 시민들의 행진을 막는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폭력 시위로 변질되지는 않았다.

일부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에 올라가서 경찰을 자극하는 소리를 지르면 대다수 시민들은 그들을 말리고 진정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청와대를 100M 앞둔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한 학생이 촛불을 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전문가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집회 문화가 진화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당시에는 정권이 시민들을 잡아서 고문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저항의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촛불집회에서는 국민들이 여전히 격렬한 저항과 항의의 마음은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으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내하면서 폭력없이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집회를 펼쳤다"며 "이번 촛불 시민혁명은 집회를 평화적으로 할 때 더 설득력있고, 대중적으로 할 때 더 감동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또 "경찰 역시 차벽과 물대포 등을 동원하지 말고 집회와 시위를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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