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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시장 기대 지나치다"

기사등록 : 2017-06-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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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조정 일본 수출 부진…호황 지속성 의문"
"세계 반도체 출하, 실수요 이상 가능성.. 2017년 과열?"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에 힘입어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관련 주식에 대한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올해 유난히 반도체 출하량이 급증하는 것도 다분히 주가 활황에 따른 역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실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업종 지수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인 1150포인트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뉴욕 시장 기준으로 19일 2% 가량 급반등해 종가로 1087.92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은 주요 생산업체 주가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대만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를 제쳤고, 올해에만 17% 뛰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 고점에서 '출렁'한 반도체업종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업종지수 최근 추이 <자료=StockCharts>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도체 업종 강세에 대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분야의 반도체 수요 급증이 주가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한다. 반도체 정보업체인 '세미컨덕터 인텔리전스(Semiconductor Intelligence)'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합계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10% 늘었다. 반도체 시장 전체로는 1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대비 0.4% 감소했지만 계절적으로 1분기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년간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평균 4%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에 대해 미쓰비시UFJ 모간스탠리증권의 미야모토 타케오 분석가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의 생산 확대를 위해 강한 설비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 센터에 대량으로 사용된다.

반도체 주요 업체 1분기 매출 증감 및 2분기 가이던스 <자료=Semiconductor Intelligence>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거시 경제 지표를 보면 반도체 수요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과장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예로 보면 지난 4월 일본 수출은 교역량 기준으로 4.1% 늘어나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수출량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 3~4월 두 달 연속 감소한 일본 출하량

하지만 일본 재무성이 아닌 내각부가 부록 형태로 발표하는 월간 경제 보고서를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계절 조정을 감안한 4월 일본의 출하량은 3월보다 2.1% 줄었다.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대(對) 아시아 수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스핑크스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모타니 슌스케 공동 창립자는 "주식 시장이 기대하는 반도체 사업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 주식 거품이 붕괴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계절 조정을 기준으로 대 중국 및 유럽연합(EU)의 수출은 활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싱가포르와 한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대한 수출량은 감소했다"면서 "개별 제품군의 수출량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전기 장비의 수출이 올해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 이후 반도체 세계 매출액 추세와 실제 편차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전 세계 기준으로 봐도 반도체 시장에 과열이 감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쓰비시총합연구소는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을 기준으로 반도체의 세계 매출액을 분석하고 있는데, 이 분석에 따르면 실제 매출은 작년 10월 이후 추세를 넘어 지난 3월, 추세보다 7.3%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편차는 2011년 3월 9.9% 이후 최대다.

미쓰비시는 지난 2000년 이후부터 매출액의 평균 증가 속도를 산출해, 그 속도로 증가하는 매출액(추세)와 기업들의 실제 매출액을 비교했다. 다케다 요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IT 거품 정도의 과열은 아니지만, 반도체 출하액은 최종 제품에 대한 실수요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 조정은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2017년 유난히 급증 예견된 반도체 판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까지 반도체 시장의 침체를 예견하는 전문가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 지속을 예견하는 분석가들은 데이터 센터 업그레이드 수요에 힘입어 플래시 메모리 등의 수요가 한동안 증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 통계 분석기구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는 지난 6일 2017년 전 세계 반도체 판매액 전망치를 11.5% 증가한 378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 같은 증가율 전망치는 앞서 6.5%에서 상향수정된 것으로 2010년 이후 최고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IC Insights) 역시 2017년 반도체 매출이 14% 증가할 것이라는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출했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4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313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21%나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7년 만에 최고치다.

최신 반도체 시장 전망 <자료=WSTS>

다만 WSTS는 2018년 증가율은 2.7%로, 2019년에는 증가세가 멈추고 약간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추세로 보면 2017년만 유독 반도체 판매 증가율이 높은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이 모두 강세를 전망할 때 조정의 신호를 간과하기 쉽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상요 소세이 어드바이저리의 사토 후미아키 공동 창립자는 "현재 상황은 2000년 기술 거품이 터지기 직전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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