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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무겁게 왔다 가볍게 돌아간' 정진행 현대차 사장

기사등록 : 2017-06-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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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행 현대차 사장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 환하게 웃어
김상조 위원장 "정말로 진솔하고 솔직하고 유익한 대화의 기회"

[뉴스핌=이강혁 기자] 새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조로 고민이 깊던 4대 그룹이 한 숨 돌렸다. 특히 규제가 강화되면 가장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그룹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왔다가 가볍게 돌아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털어낼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박정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김 공정거래위원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석 기자 leehs@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23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상조 위원장과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 간담회 직후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표정에는 앞으로 여러 경영현안에서 정부를 믿고 발맞춰 가겠다는 의미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는 안도감이 녹아있다.

정 사장은 이날 간담회 소감에서 삼성, SK, LG 전문경영인들보다 가장 길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전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예측 가능하고 명확하게 신중하게 정책을 펴시겠다고 말씀하셨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공정위의 화두가 일감몰아주기인데 그 방향을 어떻게 하실지 안물어 볼 수가 없었다. 양적인 어떤 규제책보다는 질적으로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하시겠다. 대화를 통해 정책을 하겠다(라고 김 위원장이 말했다)"라는 말로 규제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냈다.

정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 다소 무거운 발걸음으로 참석했다. 오후 1시50분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대한상의 건물에 도착한 그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위(김 위원장)에서 알아서 정해주시겠죠"라고 말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평소에도 재치 있는 발언을 자주했다는 점에서 유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걱정과 긴장감을 가지고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은 새 정부 들어 정치권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분위기 속에서 고민이 깊었다. 규제 개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대주주 지분율 20%'가 현실화될 경우, 주요 계열사 두 곳이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29.99%)·이노션(29.99%)이 이에 해당된다. 두 곳 계열사 중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약 15조원의 매출 가운데 10조원 수준이 내부거래로 발생됐다. 20%룰을 적용할 경우, 정 부회장 등 대주주 지분율 29.99%를 감안하면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정 부회장 등이 지분을 내다 팔게 되면,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해법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지기도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단순히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 보는 것은 무리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업의 특성과 경쟁력 등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현대글로비스의 탄생 자체가 그룹 수직계열화의 필요에 따른 것인데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글로비스의 국내외 경쟁력은 국내 업체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예컨대 자동차 선박물류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세계 4위권 물류사로 발돋움한 원천이기도 하다. 단순히 내부거래 규제 대상으로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내부거래 규제 강화가 결국 해외 물류업체들의 이익만 늘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과 4대 그룹 간 만남은 진솔하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기업은 새 정부의 공정거래정책 방향성을 공유·공감하고, 정부는 기업을 경제발전의 파트너로 대한다는 데 소득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정말로 진솔하고 솔직하고 유익한 대화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4대 그룹 경영인들은 "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되는 좋은 자리였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의미가 있는 자리였고 계속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하현회 LG 사장) 등의 발언으로 화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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