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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예술이 되다” 그들이 변신한 까닭

기사등록 : 2017-06-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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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잡지로 만든 슈퍼맨·배트맨
고물상 고철에 색 입힌 로봇의 변신
재활용 아닌 새 가치 입히는 ‘새활용’
27일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토이스토리'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작품은 김용철 작가의 'Big Bang'

[뉴스핌=이보람 기자] 어릴적 갖고 놀던 알록달록한 블럭, 잠들 때 꼭 껴안고 자던 곰인형.

끔찍히도 아꼈던 그 장난감들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장난감들이 예술작품으로 돌아왔다.

경기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토이스토리展'이다.

다음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작품으로 탄생한 버려진 장난감들과 폐품에서 새롭게 장난감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업사이클(Upcycle)이다.

한호남·정지영 작가는 버려진 장난감을 활용해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진실의 입' 조형물을 만들었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단어다. 버려진 물건을 단순한 재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다.

잡지로 만든 슈퍼맨

업사이클링은 자원 활용을 통한 환경보호가 화두가 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폐자원에서 예술품으로 재탄생한 장난감을 통해 어른 세대와 아이 세대의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가까이 다가가자 포동포동 살찐 몸집 그리고 귀여운 표정과 대조적으로 거친 피부결이 눈에 들어왔다. 버려진 잡지가 슈퍼맨과 배트맨을 만든 재료였다.

김태기 작가의 리페인팅 기법으로 재탄생한 '미녀와 야수'

안쪽으로 들어가자 얼마 전 눈물 콧물 흘리며 봤던 만화영화 원작의 영화 '미녀와 야수' 주인공 인형이 보였다. '뭐야, 업사이클이라며?'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실루엣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적 죽고 못살던 바비인형의 모습이었다.

버려진 바비인형의 얼굴을 지우고 얼굴을 새로 그리는 '리페인팅' 기법

김태기 작가는 "버려진 바비인형의 얼굴을 지우고 붓과 물감을 사용해 새로운 얼굴을 그려넣었다"며 "똑같이 복제된 얼굴을 지우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업사이클 작품을 만드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버려진 고철에 색을 입히고 뚝딱뚝딱 조립해 세상에 튀어나온 아담한 '마징가Z'를 비롯한 로봇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고철로 만들어진 로봇 장난감들. 고근호 작가의 '영웅의 질주' 시리즈. 

반대로 형형색색 고운 옷을 자랑하던 블럭들은 까만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채 부숴진 회색빛 도시로 변신했다. 심승옥 작가의 'Object-a'라는 작품이었다.

심 작가는 작품설명에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가 끊임없이 블록을 쌓고 해체하기를 반복하듯, 인간의 욕구는 죽는 날까지 완벽하게 충족되지 않는다"며 "인간의 욕구로 대표되는 버려진 블록으로 유스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 사이 모호한 지점을 업사이클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날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충현(남·45세)씨는 "이런 전시가 있는지 몰랐다. 바로 옆 광명동굴에 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교육측면에서 좋은 것 같다"며 "아이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난감이 예술작품이 돼 있어 쉽게 재활용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고 전했다.

버려진 장난감 블록으로 만들어진 심승옥 작가의 'Object-a'.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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