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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이다워야? ‘어덜키즈’ 문화 확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사등록 : 2017-09-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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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 화장품·하이힐·키즈왁스 인기
실제 車와 같은 완구용전동차도 등장
“어른잣대 문화 아동에게 부담될수도”

[뉴스핌=황유미 기자] 13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양모(31·충북 청주)씨는 여자 아동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놀랐다. 짙은 화장과 염색을 한 8살 남짓 보이는 여자 아이가 성인 여성의 정장느낌이 나는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몽환적인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양씨는 "아이는 아이답게 순수한 그 자체,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담으면 될텐데 왜 이렇게 옷을 입히고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다"며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어른 흉내를 내도록 하는 것은 아이에게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불편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른처럼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며 값비싼 아동용 전동차를 타는 등 어른 흉내를 내는 '어덜키즈(Adulkids)'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용 화장품 등 어덜키즈 제품의 유해성 우려와 함께 아동의 인지적 발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덜키즈란, 어덜트(어른·adult)와 키즈(아이·kids)의 합성어로 어른 같은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4월 아이 엄마들이 자주 찾는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는 아동 쇼핑몰 모델 사진에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해당 쇼핑몰 아동 모델은 성인 여성이 주로 입는 딱 붙는 흰색 팬츠와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이는 소파에 엎드린 채 손가락을 입에 물고 포즈를 취했다.

관련 사진에 대해 엄마들은 댓글을 통해 "아이를 상품화 시키는 것 같다" "로리타 컨셉이다" "저런 모습 아니어도 예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텐데" 등 시각을 드러냈다. 어른 흉내를 내도록 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었다. 반면 "예쁘다. 보는 사람의 견해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아동용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 '아동용 화장품'을 검색하면 2만여 개의 관련 제품이 나온다. 매니큐어부터 색조화장품이 들어간 메이크업 박스까지 다양하다. 3cm 굽의 아동용 하이힐도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이 지난 1월부터 4월9일까지의 어린이 전용 화장품 등 어덜키즈 상품을 분석한 결과, 메이크업 박스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11배 가량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용 매니큐어 역시 81% 증가했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키즈 왁스'도 2배 늘었다.

어린이 전동차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의 한 광고. '전 세계가 사랑한 명차' 문구 등 어린이 완구용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 흡사하다. [온라인쇼핑몰 캡처]

여아 뿐만이 아니다. 남자 아동과 관련해서는 실물과 모습이 흡사한 아동용 전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벤츠,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아우디 등 고가의 외제차 외형을 따서 만든 제품들이 많다.

가격은 30만~50만원이다. 2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제품도 있다. 해당 제품들에 대한 광고 역시, '전 세계가 원하던 최고의 명차' 문구 등 실제 자동차 광고와 유사하다. 어른들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0월 출산을 앞둔 이모(30)씨는 "비싸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해서 나도 하나 장만하려고 생각 중이다"며 "주변 엄마들이 고가의 제품들은 정말 실제 자동차처럼 성능이 좋다고 계속 얘기해서 마음 같아서는 비싼 거 사주고 싶다"고 답했다.

어덜키즈 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대해 먼저 우려했다. 나이에 맞는 인지적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어덜키즈 문화에 대해서 우려할 점 첫 번째는 안전문제"라며 "화장품의 경우에는 피부에 안전한지, 자동차의 경우에는 안전조작이 가능한지 사고 위험이 없는지부터 챙기는 게 우선돼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발달적 측면에서 아동들은 자유롭게 '탐색'의 기간을 거쳐야하는데 어른들의 문화적 잣대를 갖다 놓으면 (아동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먼저 생각하고 주변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이건 인지적으로 아동에 부담이 되는 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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