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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지정에 10억원 왔다 갔다…울고 웃는 채권시장

기사등록 : 2017-09-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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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안채 투자자는 추가 이익...다른 채권은 8일간 묶여

[뉴스핌=허정인 기자]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채권시장 참가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만기인 채권의 원리금 상환일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지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이 앞당겨지면 미리 받은 돈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어 추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상환일이 늦춰지면 8일치 이자를 포기해야 한다.

<사진=뉴스핌DB>

7일 코스콤에 따르면 내달 2일 만기인 채권은 총 8조5762억원 어치다. ▲통안채가 7조1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공사채 2800억원 ▲은행채 4000억원 ▲카드 및 기타금융채 각각 2250억원, 1300억원 ▲회사채(ABS 포함)가 3912억원이다.

각각의 채권은 특성에 맞춰 전 영업일인 이달 29일로 만기가 3일 앞당겨지거나, 익영업일인 내달 10일로 8일 늦춰진다. 

만기일이 앞당겨지는 채권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채다. 한은은 '금융권의 토요휴무 실시에 따른 통화안정증권의 원리금 지급에 관한 특례 결정'에 따라 원리금 지급일이 휴무일일 경우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 직전 영업일에 원리금을 지급한다. 임시공휴일은 법정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2일 만기물은 직전 영업일인 이달 29일에 상환된다.

따라서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일간 7조15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운용할 수 있다. 콜금리인 연 1.25%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하루에 2억4000만원, 3일간 7억원 가량의 이자수익이 발생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통안채 7조원을 콜금리로 운용한다고 가정할 때 3일 동안 최소 7억원의 추가수익이 생기고, 국고 3년물로 운용한다면 10억원까지 수익금이 커질 수 있다"며 "주로 MMF를 거액으로 운용하는 곳에는 호재라고 볼 수 있겠고, 펀드별로 보유 종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6개월 미만으로 남은 단기물 채권은 대게 MMF를 거액으로 굴리는 운용사가 보유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매매차익을 통해 수익을 내는 증권사, 혹은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는 곳은 채권 듀레이션을 꾸준히 늘려 수익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통안채는 대부분 보유하지 않는다.

다른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은 "수익을 대거 높일 수 있을 정도로 큰 호재는 아니지만 MMF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당장의 불이익은 없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미리 받아서 수익을 더 낼 순 있지만 재운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월말 자금사정이 어떠한지에 따라서 호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연휴가 길다 보니 대기성 자금이 MMF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운용사로선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만기가 밀린 나머지 채권이다. 회사채, 금융채(은행채 제외), 정부채들은 현행 규정상 만기가 공휴일일 경우 추가 이자지급 없이 직후 영업일에 원리금을 상환한다. 또 이들 채권의 경우 캐리수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만기까지 들고가는 경우가 많다. 유통시장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기존 만기일인 2일부터 10일까지 이자 없이 생돈을 묶어놔야 한다.

증권사의 채권운용부장은 "발행사마다 전화해서 물었더니 민간기업이나 금융권 회사채는 연휴 이후 상환한다고 했다. 갖고 있는 곳들은 모두 손해 볼 것"이라며 "가장 보수적인 기회비용이 콜금리이고 200억원을 3년물로만 돌려봐도 하루에 100만원씩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뤄지는 만기물의 손실액 역시 통안채 수익을 계산했던 것처럼 산식을 적용하면 된다. 2일 만기물 총액(8조5762억원)에서 통안채 물량(7조1500억원)을 차감하고 전단채(1697억원)를 더하면 대략 1조5000억원의 채권이 10일에 상환된다. 8일치 손실액은 콜금리 기준 4억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회사채는 콜이나 국고채보다 쿠폰금리가 높기 때문에 체감손실액이 더 크다.

운용사의 채권운용이사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패널티가 될 종목은 미리 신탁사 등에 저렴한 값에 팔았다. 이자 못 받는 부분을 감안해도 쿠폰금리가 높기 때문에 이런 물량을 원하는 곳이 있다"며 "피할 수 없는 손실액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MMF운용사들은 회사채를 사전에 판 것으로 알고 있고, 어느 정도 대비를 해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증권사의 채권운용 전무는 "임시공휴일 여부를 놓고 사자-팔자가 주춤했는데 공휴일 지정이 발표된 날에 2일 만기물량이 속속 체결됐다"며 "1원에도 민감한 채권시장이기 때문에 각자 손익을 계산하느라 바쁠 것"이라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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