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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사회②] “조정자도 없고, 시스템도 없고”…갑질이 끊이지 않는 이유

기사등록 : 2017-09-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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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상생 협약 규제 수단 없어 유명무실
중립적 조정자가 분쟁대상 대화테이블에 앉혀야
공정위 제기 집단분쟁 해결無, 공식해결기구 절실

[뉴스핌=김규희 기자]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프랜차이즈 갈등이 꼽힌다. 치킨집 등 프랜차이즈 창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맹 본사와 점주들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15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4배 수준이다.

가맹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 건수도 많아졌다. 올해 5월까지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사업 관련 분쟁조정신청은 28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이경민(왼쪽) 피자연합 대구 반야월점 점주가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 앞에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단체 파괴공작 규탄 및 검찰수사 가맹본사 전반으로 확대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립’ 조정자가 대화테이블에

최근 수년동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상생협약을 맺는 것이 트렌드로 여겨졌다. 하지만 상생협약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생협약을 어기더라도 규제할 수단이 없어서다.

홍수정 서울시청 갈등조정담당관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 조정을 위해서는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는 2016년 매체광고비로 매월 5억원을 집행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매체광고 외 다양한 마케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가맹점주들은 광고비 90% 이상을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식자재 공급가격과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등도 문제였다.

서울시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조정에 나섰다. 서울시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할 것을 본사 측에 분명히 했다.

이어 서울시는 셔틀 조정(shuttle mediation)을 진행했다. 양 당사자가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이 아니라 조정자가 양 당사자를 오가면서 쟁점 정리 및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법이다. 당사자가 서로 마주앉은 경우 감정이 격화돼 논의안건이 뒷전이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어 조정을 위한 선결과제로 서로에 대한 법적, 사회적 비방을 일체 중지하도록 했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양 측에 조정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우선 협상순위를 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갔다.

홍 담당관은 “조정프로세스 운영 중 조정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상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를 계속 자문 자문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장과 프랜차이즈협회 간담회가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앞줄 오른쪽)과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이 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문제는 시스템...제도화 필요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가 합리적 해결시스템이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분쟁은 양적, 질적으로 복잡해지고 어려워지지만 공식 해결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열 길가맹거래사무소 거래사는 프랜차이즈 집단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가맹본사의 주 수익원에 있다고 본다.

가맹본부의 주 수익이 직접 소비자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에게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라 지적했다. 본사는 가맹점주에게서 유통마진, 인테리어 공사 수입 등 출점수익 등을 얻는다.

또 무분별한 할인정책 시행 시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지는 등 불합리한 구조에서는 본사와 가맹점주가 서로 윈윈하는 경제적 공동체성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거래사는 합리적 분쟁해결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프랜차이즈 분야 1차 제도적 분쟁해결 기구인 공정거래위에 제기된 집단분쟁 중 단 한 건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공식적 해결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정 거래사는 다양화되고 변화하는 분쟁양태에 맞는 공식적인 분쟁해결 기구가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분쟁은 힘의 불균형에 근거한 불공정”이라며 “대등한 당사자 간 분쟁해결 방식과 동일하게 접근할 경우 결과적으로 상대적 약자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는 심각한 한계가 있다. 프랜차이즈 집단분쟁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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