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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낙수효과‥기업부채, 가계가 대신 떠안았다

기사등록 : 2017-09-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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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36% 늘 동안, 기업 부채비율 25%p 감소

[뉴스핌=김선엽 기자] 2013년 말 1000조원 규모였던 가계부채가 올 2분기 말 1400조원까지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기업의 부채비율은 110.9%에서 86%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가계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의 부채가 가계 부채로 전이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말 1019조원이었던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올해 2분기 말 1388조원으로 36% 증가했다. 한은은 최근의 증가세를 고려할 때 3분기 말에는 1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한은이 이달 중순 발표한 '2017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100)은 2013년 말 110.9%에서 올해 2분기 말 86%까지 떨어졌다.

기업경영분석은 국내 2만개 외감기업(자산규모 120억원 이상)을 표본조사해 매출액 기준으로 가중평균한 것이다.

통상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부채비율은 내려가는 반면, 투자나 배당을 늘리면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즉 최근 3년 반 동안 기업의 부채비율이 감소한 것은 이익이 늘었지만 이를 투자에 활용하기보다 부채를 줄이거나 자본을 늘리는데 활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를 늘려야 고용이 증가하고,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낙수효과'의 핵심이다. 

이 기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총 다섯 차례나 인하(연 2.50%→연 1.25%)했지만 기업의 투자를 견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반면, 투자할 곳을 마땅히 찾지 못 하면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은행>

가계부채는 2013년 말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첫째는 부동산 투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자연스레 저금리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도 함께 늘었다.

또 하나는 자영업 등 서민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생계형 대출이 늘어난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의) 소득증가세 부진, 자영업자 상황, 노년층 증가 등 여러 문제들이 결합돼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낙수효과는 사실상 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부채를 가계가 대신 떠안은 꼴이 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가 부채를 지는 이유는 하나는 가난해서, 또 하나는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며 "가난해졌다는 것은 똑같은 부를 생성하고 그 부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조금 더 많이 가져가고 가계가 덜 가져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사실상 조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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