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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 WM시장] "한번 실망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기사등록 : 2017-10-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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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명 브레인이 뭉쳤다' KEB하나은행 WM사업단
“계열사 상품이라고 고객에게 권하지 않는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KEB하나은행은 경쟁 은행들이 계속해서 곁눈질하는 PB사업의 선두주자다. 국내에 PB 개념이 부재하던 1995년 처음으로 PB 모델을 도입해 시장을 선도해왔다. 2011년 업계 최초로 상속증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이버(Cyber) PB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전 직원의 PB화(化)’를 외치고 있다. 남들이 '아직'이라고 되뇔 때 하나은행은 먼저 치고 나가 휘젓고 다닌다. 다른 은행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유로머니(Euromoney) 선정 ‘대한민국 최우수 프라이빗뱅크(PB)’상을 10년 연속 수상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현 부동산자문센터장, 박정국 세무팀장, 김성엽 WM사업단장, 김태희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 김학년 투자상품서비스부 팀장, 최환석 부동산자문센터장 팀장<사진=이형석 기자>


많은 이의 시선을 받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뭔가를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게들 무리하다 실수를 많이 범한다. WM사업단 김성엽 본부장은 그래서 겸허함을 가장 중시한다. "한번 떠난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20년 넘게 PB 관련 업무를 해오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고객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라는 은행 슬로건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연금사업부가 WM사업단에 포함되면서 은행 내에서 입지가 더욱 넓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조심'이다. 고객과의 신뢰, 그 외에는 관심이 없다.

◆“계열사 상품이라고 고객에게 들이밀 수 없다”

하나은행 WM사업단의 고객 중심 기조는 숫자로 증명된다. 관계사 비중이 그것이다. 자회사 상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내는 것에 치중하지 않는다. 일례로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 중 하나UBS자산운용의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고객 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나은행은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40%를 갖고 있어 운용사에서 이익이 나면 그중 40%가 우리의 수익으로 잡힌다. 하지만 UBS 상품을 팔라고 강요 안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쟁 금융계열사의 경우 자회사 비중이 절반을 넘어 금융당국의 '펀드 50%룰'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 PB창구의 핵심 상품 중 하나인 방카슈랑스도 마찬가지다. 관계사인 하나생명 비중이 10%에 불과하다. 올해 4월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면서 1분기 내내 방카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지만 하나은행에서 정작 하나생명 비율은 늘지 않았다. "하나생명의 공시율이 다른 생보사에 비해 낮아서 고객에게 하나생명 상품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우리도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이지만 진정성이 없으면 오래 못 간다."

지난해 또 다른 계열사인 하나자산운용이 출시한 600억원 규모의 '티마크그랜드호텔 펀드'도 하나은행은 극히 일부만 판매했다. 6년 만에 출시된 공모형 부동산 펀드인 데다가 하나투어가 최소임대료를 보장해 큰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불거지기 전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왔지만 김 본부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리스크 관리 부서만 리스크를 보는 것은 안 된다. 상품 담당자가 처음부터 리스크를 같이 체크해야 한다. 신뢰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오래가는 기업이 된다는 게 경영진의 철학이다. 하나은행은 그렇게 성장해왔다."

KEB하나은행 WM사업단 김성엽 본부장 <사진=이형석 기자>


◆ 펀드, 세무, 부동산 그리고 외환까지…국가대표 포진

외환은행과의 합병은 하나은행 WM사업단에 큰 날개가 됐다. "(구)하나은행 시절, 우리 PB들이 투자상품 쪽은 강했지만 외환 관리는 약했다. 반면 외환은행 직원들은 달랐다. 외국환관리법에 대한 직원의 이해가 뛰어났다. 합병 이후 서로 배우고 자극을 받고 있다." 둘의 통합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고객 자산을 '통화 분산-국가 분산' 한다는 현재의 글로벌 자산관리 기조는 안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직원의 이해가 필수다. 아무리 좋은 해외 상품도 판매사 직원이 외환에 대해 전문성과 이해력이 떨어지면 고객을 설득할 수 없다."

김 본부장은 항상 WM본부의 고객은 바로 현장의 PB들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WM사업단은 다른 은행과 달리 소속 PB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평가고 배치고 권한 밖이다. 그러니 본부라고 현장 PB에게 허세를 떨 수 없다. 영업 드라이브도 남의 얘기다. 철저하게 을(乙)의 자세로 임할 뿐이다. 실제 본부에서 어설픈 상품을 내놓았다가는 현장 PB들의 질타가 이어진다. "현장을 도외시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기조다. 그래서 하나은행 WM사업단의 130명 직원은 늘 현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상품이건 세무건 부동산이건, 새로운 이슈가 터지면 현장의 SOS가 도달하기 전에 준비를 마친다. "미묘한 차이인데 우리는 빠릿빠릿하다. 어떤 은행은 본부가 느리고 권위적이다. 늘 앞서서 준비를 하고 부르면 바로 달려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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