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WM시장] 현장에서 시작해 현장에서 끝장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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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본부장님, 시계가 멋진데요?" 7월 초 KB국민은행 WM그룹 IPS본부 사무실에서 김영길 IPS본부장을 만났다. 묵직해 보이는 실버톤의 손목시계가 첫눈에 들어온다. “이거? 기어 S3다. 우리는 하나씩 사서 차고 다닌다. 꼼짝 못하는 거지. 허허허.” 아니나 다를까. 뒤이어 본부장실에 들어온 부장들 역시 하나같이 손목에 삼성 갤럭시 기어S3를 차고 있다. 수시로 지점에서 날아오는 SOS에 본부가 빠르게 반응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조세현 WM투자전략부장은 "올 초에 본부가 새로 생기면서 각자 사비로 구입했다. 현장의 문자나 카톡에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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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정도 투자솔루션부장, 김영길 IPS본부장, 범진철 WM상품부장, 조세현 WM투자전략부장. <사진=김학선 기자>

김영길 본부장이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오랫동안 영업 최전방 현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에서 비롯된다. 고객의 요구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아서는 고객의 마음을 열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리 좋은 '공자님 말씀'도 현장에서 안 통하면 무의미하다. 게다가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벤치마크(BM), 변동성, 테일리스크… 어려운 용어를 동원해도 변명은 변명일 뿐이다. 고객은 결국 ‘내 자산을 지켜냈는가’로 은행과 담당 PB를 평가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뭐야.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내 자산이 마이너스(-) 되지 않는 것이지. 벤치마크? 그건 펀드매니저를 평가하는 기준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시장이 어떻든 내 자산 지켜달라는 것 아니겠어. 그럼 그렇게 해야지." 김 본부장의 다짐이다.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 투자상품서비스)본부 :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합병한 KB금융그룹이 올해 초 자산관리(WM) 부문의 그룹 시너지를 만들고 핵심 비즈니스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IPS본부는 국민은행과 KB증권 양쪽에 미러(거울)처럼 똑같은 조직 형태를 갖췄다. 양사의 본부가 투자전략 수립, 상품 개발, 투자솔루션 제공 등을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 "현장에 답이 있다. 결국 고객 수익률이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선보였거나 내놓을 예정인 상품과 서비스는 모두 현장 중심, 고객 중심 철학에 기초한다. 그 첫 번째가 ‘투자상품 통합사후관리현황보고서’다. 고성장 시기에는 수익률 전망이 밝은 상품을 은행이 골라 고객에게 추천했다. 그러다 보니 유행을 타고 쏠림도 심했다. 신흥국이 좋다 하면 신흥국 펀드만 가입하는 식이었다. 고객의 전체 포트폴리오는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투자상품 통합사후관리현황보고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종전에는 고객 수익률 평가를 계좌 단위로 했다. 예금 따로, 펀드 따로, 신탁 따로 하니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했다. 앞으로는 '홍길동'이라는 고객명을 입력하면 이 고객이 가진 자산 전체의 수익률이 시기별로 종합해서 나온다. 고객이 방문하는 영업점에서 고객 수익률을 상담자료로 활용해 자산관리 툴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게 진짜 고객 수익률이고, 그것을 우리가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종합관리 솔루션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결국은 고객 수익률이다"라고 역설했다. WM투자전략부 조세현 부장은 “7월 말 영업점별 통합사후관리 관련 전산조회 및 보고서 출력이 가능하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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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 KB국민은행 IPS본부 본부장


◆ 수익 못 내면 수수료 반값, '착한 펀드'로 승부수

국민은행의 공모펀드 판매잔고는 15조8000억원(6월 1일 기준)에 이른다. 업계 1위다. 최고의 맨파워와 판매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KB국민은행이 펀드 판매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고객수익연동 목표전환형 펀드'가 그것이다. 역시 현장을 중시하는 김영길 본부장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들었다. '내 펀드는 쪽박인데 은행은 수수료를 챙기냐'라는 고객의 불만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올 상반기에만 17개가 출시된 이 펀드는 목표한 수익을 달성하면 채권형펀드로 전환돼 그 이후로는 예정대로 안전하게 운용된다. 하지만 약속한 기간(6개월) 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고객은 판매보수를 절반만 내게 한다. 6개월 후에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시 절반으로 낮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상반기 출시된 것 중 이미 10개가 목표를 달성했다. 나머지도 순항 중이다. 은행의 이익과 직결되는 수수료 수입을 내건 덕에 '착한 펀드'로 입소문이 났다. 판매실적도 2000억원까지 늘었다. 현장의 직원도 고객에게 권유하기가 편하다.

"기존에는 운용사가 가져다주면 심사해서 라인업을 세팅했는데 이제는 콘셉트에 맞게 '이 시기에 이게 좋겠다'며 KB금융그룹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의를 거친다. 그렇게 콘셉트를 잡고 운용사의 프레젠테이션(PT)을 받아서 선정한다. 다행히 대부분이 목표를 달성해 고객도 우리도 '윈-윈'이다"라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 은행-증권-운용의 코웍, 원펌(One-Firm)을 위한 가속페달

"계열사 간 시너지로 1등 KB를 만들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구상이다. 올 초 출범한 IPS본부에도 'WM 원펌'은 또 하나의 큰 숙제다. 그럼에도 김 본부장은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았다. 계열사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는 가운데 WM 역량을 끌어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One-Team’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간 차이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가면서 마음으로 소통하는 진통의 과정이 필요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KB증권과 공동으로 상품 PT(운용사의 신상품 제안회의)를 진행하고 그룹의 하우스뷰를 공유하면서 상품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KB자산운용과도 상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상 머리를 맞댔다. 효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첫 번째가 '착한 펀드'이고, 두 번째가 상반기 출시한 각종 대체투자상품이다. 전주 홈플러스, 안산 롯데시네마 등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던 부동산 상품을 공모 및 사모 형태로 개인투자자에게 제공했다. IB에서 발굴된 딜(Deal)이 빠른 시간 내에 WM상품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실무 컨설팅 및 상품 구조를 세팅하는 프로세스를 공유한 결과다. 프로세스가 정착되면서, 상반기에만 KB증권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 규모가 약 4600억원에 달한다.

범진철 WM상품부 부장은 "일반 공모펀드는 운용사에서 개발을 한 다음에 우리에게 PT를 하지만 대체투자상품은 물건이 있을 때 상품화 단계부터 우리가 개입한다. 증권사의 IB 전문가와 은행 대체투자팀이 같이 들어가 조율한다. 개인에게 판매할 만한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매주 정기 미팅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객 재산증식의 시너지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점차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하반기에도 KB WM그룹의 '원펌' 전략은 계속된다. 김 본부장은 "WM 비즈니스는 은행만 가지곤 안 된다. 증권이 필수다. 유니버설 뱅커가 돼야 한다. 융합형 전문가를 고객이 원한다. 스타자문단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KB WM스타자문단’을 이끌고 있는 김정도 투자솔루션부 부장은 "그룹 차원에서 대고객 세미나, 맞춤형 솔루션 제안, 포트폴리오 구축, 자산관리 현장연수 등 다양한 활동을 그동안 은행과 증권이 함께 해왔다. 이미 양사 간 호흡 맞추기는 끝난 상태다. 한 차원 높은 종합자산관리 조직으로 WM 원펌 비전 달성을 위한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 대체투자상품 : 전통적인 투자자산(주식·채권) 외에 금리·신용·지수·유가와 연계한 파생결합 증권,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알파(α)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 하우스뷰(house view) : 증권사·은행 등 금융기관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시장 전망을 뜻한다. 예컨대 앞으로 유럽 경기가 회복될 것인지, 유가가 3분기에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하우스뷰를 보다 구체화시켜 투자지역 및 종목비중까지 제시한 하우스 모델포트폴리오(MP)가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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