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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가을날의 청춘②] ‘올인’ 공무원 준비생, 낙방하면 다시 공시족으로

기사등록 : 2017-10-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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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기간 ‘無스펙’ 전락…다른 직종 선택 난항
자취수험생 月100만원 생활비, 허리휘는 청춘

[뉴스핌=오채윤 기자] 3년째 공무원 세무직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8)씨. 서울 노량진 고시촌 자취방 월세로 30만원, 학원이나 온라인 수업 수강료로 30만~40만원을 사용한다.

고정 지출금만 기본 60만~70만원이다. 그나마 학원 수업을 줄이고 온라인 강의 수업을 늘려 비용을 줄였다. 식비나 기타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월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이씨는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금전적인 부담이 많이 가는데, 여기서 그만 두고 민간 기업 취업을 준비하기도 애매하다”며 “3년의 시간이 민간 기업의 이력서에는 ‘무스펙’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라며 씁쓸해 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시험 합격자들은 시험 준비를 위해 월 평균 6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준비 실태 조사 중 공무원 수험생 월 비용 지출. [출처=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함께 ‘공무원 시험준비 관련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달 19일~26일 공무원시험 합격자 1065명(5급 163명, 7급 370명, 9급 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응답자들이 준비생 시절에 썼던 생활비는 한 달에 62만원 정도고, 자취생의 경우는 월평균 지출비는 1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취생 469명의 월평균 주거비는 38만 7000원이다.

가족에게 도움을 받거나 퇴직금 등을 사용해 수험 생활을 했다. 민간 회사 취업 준비는 해 본 적이 없어 합격하지 못할 경우 ‘이도저도 아닌’ 사람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보통 수험생들은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취업 준비를 병행하지 않고 오로지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린다. 이 때문에 시험에 불합격하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다시 공시생이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공시족. [뉴시스]

작년 행정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모(27)씨는 “공무원 영어시험이나 한국사는 토익처럼 민간 자격 능력 시험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차라리 직무 과목 필기시험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무원 시험을 포기해도 다른 직종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시험준비 관련 실태’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43.3%(402명)는 공무원시험 준비와 민간기업·공공기관 취업준비 간 호환성 강화에 대해 ‘필요하다’ 또는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25곳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수험생들의 맥을 더 빠지게 했다.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를 입은 합격자가 분석 대상 313개 기관에서 최소 57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합적인 문제에 부딪힌 공무원 수험생들은 금전적, 심적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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