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채용의 역설..."업무는 성적순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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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권이 채용 제도를 바꾸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이 필기시험이다.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채용 절차에 필기시험을 도입하기로 한 데 이어 금감원도 내년부터 필기시험을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시중은행 중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유일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하지만 필기시험이 확대되는 추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일률적인 필기시험으로 선발하기 어려움이 있는데다 '금융 고시생'을 양산할 수 있고, 상위권 대학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0년 전에 필기시험을 폐지했다 이번에 부활한다. 

은행이 필기시험을 폐지했던 이유는 '시험을 잘 보는 인재가 꼭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라는 판단이었다. 사내외 고객을 계속 만나고 대응해야하는 은행원은 지식만이 아닌 다양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채용 방식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롤플레잉 면접, 돌발면접, 토론식 면접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평가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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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최근 논란이 된 채용비리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필기시험이 없는 신한은행은 올해 은행권 최초로 각 분야별 채용을 도입했다. ▲디지털‧빅데이터 ▲ 글로벌 ▲정보기술(IT) ▲투자은행‧자금운용‧리스크 ▲기업금융‧자산관리 등 분야 별로 채용인원이나 채용 절차도 다르게 했다. 이들의 면접에는 인사부서 뿐 아니라 실무진도 투입돼 꼬박 6일을 진행한다.

신한은행이 일률적인 필기시험 대신 이런 복잡한 과정을 도입한 것은 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평한 채용을 위해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채용비리의 핵으로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결국 필기시험이 도입되더라도 이것이 올바르고 투명한 채용이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전문가들은 필기시험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필기시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상위권 대학 출신의 ‘시험 잘 보는’ 구직자들의 합격률이 높아진다. 지방대 출신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방대생 채용을 강화하는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

무엇보다 시험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하는 구직자들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진다. 입사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는 시중은행의 경우 대다수의 탈락자들에게 채용시험 준비는 구직과정에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금융고시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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