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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몸 퍼포먼스'에 나섰을까?…김미루 "만국 공통어가 가지는 힘"

기사등록 : 2017-11-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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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사진=SBS 스페셜 캡처>

[뉴스핌=이현경 기자] "몸은 우리의 만국 공통어 아닌가요." 파격적인 사진으로 화제를 모으는 사진작가 김미루가 한 말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의 딸이자, 뉴욕에서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던 김미루. 그가 돌연 사진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김미루는 폐허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진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일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 지하세계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그의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알몸으로 작품에 뛰어들었다. 모델을 쓰기도 힘들었을 테고, 작품 속 메시지도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었을 테니까. 

김미루는 사막에서 낙타와, 우리에서 돼지와 나체로 만나 작품 속 피사체가 된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알몸으로 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누드는 만국 세계 공통 언어"라면서 "문화적, 시간적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4시간 동안 나체인 상태로 돼지와 함께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돼지 우리에 나체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돼지와 인간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온몸으로 피부로 느끼는 것이 다르다. 기어다니면서 돼지와 마주칠 때마다 돼지와 소통하는 것이 달랐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흔히들 돼지를 더러운 동물로 취급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가둔 우리에서 키우면서 오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더러워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미루는 "공장 같은데서 인위적으로 돼지가 사육이 되면서 오물이 굉장히 더럽다"면서 이 점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미루 <사진=김미루 페이스북>

김미루는 최근 출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2012년 1월부터 3년간 사막 유목민들과 생활하며 낙타와 함께한 누드 사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작품에서 나체로 등장한 이유는 인간과 문명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김미루는 "사진작업의 목적은 낙타를 길들이면서 척박한 사막에도 인간 문명이 생겼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나체 퍼포먼스는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일본의 제로지겐은 가토 요시히로, 이와타 신이치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일본의 전위퍼포먼스 그룹이다. 1964년부터 도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 각지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인간의 행위를 제로로 이끈다'를 슬로건으로 갖고 있다.

제로지겐은 주로 일본 사회를 향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과격한 퍼포먼스를 이끌었다. 일본의 토착성, 축제성이 엿보이는 향과 이불, 홍백색의 밧줄과 서양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모자, 양복, 지팡이 등을 퍼포먼스에 사용하면서 한 방향으로 치솟은 일본의 고도성장시대에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임박했던 1969년, 함께 활동해오던 다른 전위적 그룹들과 국가에 의한 관리 시스템에 온몸으로 대항했다. 

제로지겐 가토 요시히로 <사진=이현경 기자>

제로지겐은 또 여성의 인권이 낮았던 때에 남성을 밟고 지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나체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제로지겐의 카토 요시히로는 "1960~1970년대에는 일본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시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환경 단체에서도 나체 퍼포먼스로 주목받은 사례가 있다. 스페인과 중남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 Animal Naturalis도 알몸 퍼포먼스로 자신들이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에서는 식용으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를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광장에 큰 접시와 포크와 나이프가 들어섰다. 접시 위에는 양배추와 샐러드,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몸인 여성이 누워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붉은색 액체가 흥건하다.

동물 가죽·모피 반대 퍼포먼스 <사진=뉴시스/AP>

이들은 동물을 우리에 가둬 파는 행위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칠 때도 나체인 채로 케이지에 갇힌 동물의 모습을 표현하거나, 동물 가죽과 털로 옷을 만들지 말자는 캠페인을 펼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는 바로 우리의 몸이 아닐까. 인간의 자아성찰, 사회를 향한 목소리, 혹은 사회를 밝히는 빛의 역할은 인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임을 예술가들이 보여주고 있다. 김미루는 향후 정글에서 식용벌레 섭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몸에서 어떤 이야기가 피어오를지 기대감을 높인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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