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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 위한 정부의 남성육아정책 확대...현실은?

기사등록 : 2017-12-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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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률 10% 돌파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미흡
남성 육아휴직 제도, "사람들의 인식과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

[뉴스핌=오채윤 기자] 우리나라 남성들의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증가하고 있지만, 북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 3세 아이의 아빠인 한모(38)씨는 “우리회사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동시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육아휴직 쓰는 문화가 정착이 안돼있는 상태에서 제도만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아빠인 직장인 이모(35)씨는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해줘도, 휴가 끝나고 다시 회사에 복귀했을 때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들의 육아휴직률은 올 3월에 10%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남성 육아 문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우리나라 아빠가 아기를 매일 돌보는 시간은 단 ‘6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은 매일 5시간, 일본은 1시간 정도다.

이와 비교해 북유럽 아빠들의 육아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 돼있다고 평가 받는다. 스웨덴의 경우 정부가 직접 보육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국민들의 서비스 이용 수혜율이 65%에 달했다. 총 육아휴직기간은 총 480일로 자녀 나이가 8세가 될 때까지 시기 조절이 가능하다. 노르웨이는 남성들에게 2주의 무급 출산휴가를 부여하고, 이후 4주의 추가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대디 쿼터(daddy quata)'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슬란드 남성 육아휴직률도 30%가 넘는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출산 시 부모에게 총 9개월의 출산휴가를 제공한다. 엄마와 아빠가 각각 3개월씩 휴가를 내고 남은 3개월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북유럽 아빠들 사이에는 엄격한 교육보다는 자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등의 정서적인 면을 더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단적으로, 커피를 든 채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스웨덴 남자를 일컫는 ‘라테파파’. 올해 초 북유럽 육아휴직 제도를 소개한 TV다큐멘터리로 인해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런 남성 육아문화 실정에 발 맞추기 위해 정부는 지난 26일 남성들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2022년까지 기존 유급 3일에서 10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을 내놨다. 출산 전 육아휴직 사용도 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임신 초기나 중기에는 입덧이 아주 심하거나 유산 위험이 있어도 장기간 휴직이 어려웠지만, 그런 경우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또 ‘아빠의 달’ 제도를 내년 7월 기점으로 강화해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유도할 계획이다. 같은 자녀에 대해 아내와 남편이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3개월 급여를 일정 한도 내에서 100%까지 보장하는 제도로 상한액이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책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아빠의 달’ 제도는 이미 2014년에 도입된 제도다. 제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마음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 등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육아휴직 쓰면 은근히 퇴사해야 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회사 문화도 없애야한다. 국가가 인식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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