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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파기 or 재협상?…한일관계 어디로?

기사등록 : 2017-12-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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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위안부 미해결' 발언, '합의 유지' 불가 시사
일본, 한국 후속조치 촉각…주한일본대사 귀국설 '솔솔'

[뉴스핌=노민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 협상 미해결' 발언을 두고 사실상 파기 또는 재협상을 시사한 것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있는 그대로 이해해 달라"며 마치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 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뉴스는 일본 정부 또한 문재인정부가 파기 또는 협상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29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심의관,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불러 대응책을 협의했다.

해당 협의에서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또는 추가 조치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 하에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귀국설까지 돌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나가미네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같은 날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희섭 주일 한국대사관 차석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일 합의 유지 이외의 정책적 선택 사항은 없다"면서 "한국 측이 합의를 변경하려고 하면 양국 관계는 관리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도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항의했다.

지난 8월 31일 오전 FEALAC 외교장관회의 개회식이 열린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사실상 위안부 합의 재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때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선택지는 합의유지, 보완조치, 파기 등으로 좁혀진다. 그러나 남은 선택지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합의유지는 문 대통령의 '위안부 미해결'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가능성이 '0(제로)'에 가깝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전문가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어제 문 대통령의 위안부 발언은 사실상 합의유지 불가를 밝힌 것"이라면서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누차 말씀하신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합의유지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완조치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재협상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응하지 않는다면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일본 전문가는 "어제 발언이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힌 게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지만 냉철하게 봤을 때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4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ASEAN+3 정상회담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의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마지막 선택지인 파기도 향후 일본과의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신뢰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 쉽지 않다.

다만 위안부 합의는 국가간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얼마든지 새로운 합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조약은 국가·국제기구 등 국제법 주체 사이에 권리의무관계를 창출하기 위하여 서면형식으로 체결되고 국제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합의'를 말한다"며 "위안부 합의는 일본 정부의 사죄 반성 표명, 재단 설립을 통한 치유 사업, 대한민국 정부의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국제기구에서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난 제기 자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위안부 합의는 국제법 주체 간의 '법적 권리의무관계'를 창출하기 위한 합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1998년 1월 일본은 일방적으로 1965년 체결한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한 바 있다"면서 "파기는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일 양국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교수는 "일본 측이 우리에게 합의 이행을 언급하는데 '합의 본질'은 위안부 피해자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양국 정부가 협력해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현재 일본 정부가 10억엔으로 자신들의 합의 이행 수준을 한정 짓는 것도 문제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구체적인 요구를 일본 측에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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