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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시계추가 빨라졌다…기대·긴장 교차 속 외교가 '비상'

기사등록 : 2018-01-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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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정경환 기자]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모처럼 불어오는 남북대화라는 순풍이 주변 열강들의 지지 속에 한반도 상공으로 활기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다만 장밋빛 기대 한켠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 역시 여전한 상황에서 이 바람이 매서운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꽃을 피울 춘풍(春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남북대화 재개를 맞아 한반도 정세 변화가 유례없이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줄곧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고,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겉으로는 100% 지지한다는 수사까지 써가며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남북 해빙 분위기가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일본도 일단 반대 목소리는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가 컸던 게 아닌가 싶다"며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이지만 이 정도로 강하게 (발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고 한 데 이어 6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남북대화가 평창 동계올림픽 그 이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이를 100% 지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남북 연락채널이 지난 3일 다시 개통,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에서 남측 연락관이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남과 북은 오는 9일 고위급당국회담을 연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9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개시된다고 밝혔다.

2년 넘게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다시 재개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뜻이 있음을 밝히면서 그를 위한 실무회담 개최를 언급한 이래 닷새 만에 성사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주변 국가들 영향 때문이라기보다 남북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상황"이라며 "미국도 일단 긍정적으로 판을 깔아주고, 큰 장애물은 없으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 "남북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상황"...아직까진 큰 장애물 없어

김 위원장 신년사 이튿날인 2일 남측이 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북측은 그 사흘 후인 5일 이를 수락했다. 그 사이 3일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중단된 뒤 약 1년 11개월 만에 남북 간 대화채널이 복원됐다.

이어 남측은 지난 6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 5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고, 이튿날 북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대표단 명단을 남측에 보내왔다.

조 장관을 필두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포진, 장·차관이 3명이나 포함됐다. 북한도 우리 측 대표단 격에 맞춰 리 위원장과 함께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을 회담 자리에 내보낸다.

남북이 고위급당국회담에 이례적으로 중량급 대표단을 앞세우면서 이번 대화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졌다. 남과 북은 이번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의제까지 다루기로 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 관련 논의에 집중하고, 남북관계 개선 논의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도 실무 협의 등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것을 원만하게 잘하기 위해 이런 진용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 남북관계 개선의 디딤돌 역할 주목

다만 남북대화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역설적으로 긴장감도 커진다. 기대감에 부풀어 기저에 깔려 있는 '핵 긴장상태'를 잊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무력을 완성시켜 놓고 그것을 남한을 비롯해 대외적으로 확실히 인식시켜 놓은 뒤 자신있게 대외 접근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며 "신년사를 통해 대화를 주도적으로 던지고 나왔고, 그게 남북대화에 목말라 있는 우리 입장과 절묘하게 맞물려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작년에 서둘러 각종 미사일을 쏴 가며 어떤 의미에서 작년을 미사일 완성의 해로 만들었고, 그를 통한 핵무력 완성을 확실히 인식시킨 후에는 모든 걸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 위원은 "어떤 의미에서는 불행이다"며 "강력한 군사역량을 구축하고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끌어가는 것이니까. 우리한테는 내용적으로는 굉장히 불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실장도 "한국과 대화는 하지만 핵 프로그램은 계속 돌리고 있다"며 "겉으로 대화만 하는 거지 문제의 근원은 계속 곪아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은 전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한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가진 나머지 섣불리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 북한의 '숨겨진 주먹(핵 미사일 발사 추진)'도 간과해선 안돼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일단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은 군사회담 등 다른 회담을 열어서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북핵 긴장감은 변함이 없다. 더 긴장할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를 통해서 긴장을 완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기본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 관련 논의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후 남북관계 개선 논의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수많은 회의를 거쳐 회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회담 대책은 장관 주재 전략회의, 차관 주재 전략기획단 회의 등 유관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수립했다"면서 "이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협의를 거쳐 확정됐다"고 전했다.

정 위원은 "북핵 긴장감이 여전하지만, 평창 올림픽 분위기 때문에 표면화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가 이걸 어떻게 슬기롭게 이끌어 새로운 형태의 평화구조로 가져 가느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서두르지 말고,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그냥 있는 현실 그대로의 상황에서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 우선적으로 평창 올림픽을 대과없이 평화적으로 치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을 넘어)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근본적 문제가 거론된다고 하면, 그것이 우리가 움직인다고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국제적인 문제다"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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