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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통신] 성폭력 근절하겠다던 문 대통령, 머쓱해진 사연은

기사등록 : 2018-02-0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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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 보도에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해명
"2차 피해 안 가도록 하기 위해 브리핑 안했다"
2013년 朴 정부 당시 윤창중 靑 대변인도 경질
문 대통령 "성폭력 근절, 이번 기회에 끝장 보자"

[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엄중 문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서 성희롱 사건이 터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7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부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공무원이 현지 여성 인턴을 상대로 성희롱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입니다.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청와대 측은 이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 9월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는 추후에 이 사실을 보고받고 해당 가해 공무원을 징계했다고 합니다. 피해 여성이 즉각 문제 제기를 하면서 합당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청와대는 해당 공무원을 즉시 귀국토록 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측은 "파견 공무원은 징계권이 소속기관에 있기 때문에 원대 복귀시키면서 해당기관에 중징계를 요청했다"며 "가해자는 3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조사와 징계 절차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이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었다"며 "(사건이) 공개되거나 보도됨으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일이 없도록,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요청했기 때문에 공식 브리핑을 안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보도가 됐고, 청와대는 결국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앞서 지난 정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워싱턴 D.C 현지에서 인턴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윤 전 대변인은 결국 경질됐습니다만,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건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과 윤 대변인의 말이 서로 달라 '진실 공방'으로 번졌고, 이는 청와대의 사건 은폐 시도 의혹까지 불러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금껏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습니다. 성희롱·성폭력 관련자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물론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는 것입니다.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의혹까지 터지자 문 대통령의 어조는 더욱 강경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주 현직 검사에 의해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이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매우 크다"며 "정부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에 대해 이번 기회에 끝장을 본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성희롱·성폭력은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와 문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위계문화가 강한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먼저 달라지고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제 제기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조직적인 은폐나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 뿐만 아니라 기관장이나 부서장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11월에야 뒤늦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해외 순방이나 이럴 때마다 춘추관 직원을 포함한 관련 공무원에 대해 사전교육과 예방지침이 모두 하달된다"는 청와대의 변(辨)이 공허하게 들립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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