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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40년] 중국 개혁개방의 산증인 '류촨즈'

기사등록 : 2018-02-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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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격동기 몸소 겪은 1세대 벤처사업가,
외유내강 뚝심으로 개혁개방 초기 난관 돌파
대표 민영기업, 세계 최대 PC 브랜드로 우뚝

[뉴스핌=홍성현 기자] ‘개혁개방의 산증인’ ‘중국 대표 민영기업 레노버 창업자’

류촨즈(柳傳誌) 현 레전드홀딩스(聯想控股 레노버 모기업) 회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PC 제조업체 레노버를 설립해 중국을 대표하는 다국적 민영기업으로 키워냈다.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 내 개혁개방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혁신 기업가 류촨즈 회장의 지난 40년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레노버 창업가 류쵠즈(柳傳誌), 현 레전드홀딩스 회장 <사진=바이두>

개혁개방 격동기 딛고 선 대기만성형 기업가

류촨즈는 중국 개혁개방 40년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가로 꼽힌다. 개혁개방 6년 뒤 체제 변혁의 격동기 속에서 레노버를 창업해 중국 대표 다국적 민영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를 기점으로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과 함께 개혁개방에 본격 돌입한다. 중국은 체제개혁을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접어들었고, 레노버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개혁개방 6년 뒤인 1984년 레노버가 설립됐다. 창업 당시 류촨즈는 이미 불혹의 나이(40세)였다. 대학 졸업 후 문화대혁명으로 하방(下放, 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돼 농장에서 돼지치기를 하며 세월을 보내야 했고, 이후 10년 넘게 연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연구원 시절 경험은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중국과학원 전산 기술 연구소(中國科學院計算技術研究所)에 몸담으며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컴퓨터라는 기기와 컴퓨터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

늦깎이 사업가 류촨즈는 창업 초기 사기도 수차례 당했다. 회사 설립을 위해 전재산 20만위안을 몽땅 털어 넣었지만 6개월도 못 가 사기를 당해 14만위안을 잃었다. 3년 뒤 또 한 무역회사에 속아 300만위안을 날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개혁개방 이후 기업의 자율성이 확대됐지만 체제 전환의 과정 속 잡음이 많았고 특히 제도 시행 단계에서 기업들은 자주 어려움에 봉착했다.

정부의 불합리한 벌금 부과에 골치를 썩기도 했다. 1987년 중국 물가국(物價局)은 레노버가 출시한 한자시스템 정가(定價)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당시 레노버 연간 이익(약 60만위안)을 훌쩍 상회하는 100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관련 부처에 제품의 특성과 가격 책정 이유를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벌금을 40만위안으로 삭감해주는 것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류 회장은 최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억울함을 규명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꾹 참고 40만위안을 전부 납부했다”며, “회사의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류촨즈가 남달랐던 것은 상황 대처 능력이었다.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유연한 태도로 정부기관과의 협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는 정부와 회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냈고, 이는 지금의 레노버를 가능케했다.

류촨즈 회장 젊은 시절 모습 <사진=신랑커지(新浪科技)>

◆ 대리상 거쳐 세계적인 PC 브랜드 창조

류촨즈가 이끄는 레노버는 당초 컴퓨터 대리상으로 출발했다. 1985년부터 IBM, 휴렛패커드(HP) 등 글로벌 브랜드의 컴퓨터를 판매하면서 시장에 적응해갔다. 그러나 류촨즈는 자체 브랜드 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메인보드 생산으로 시작해 1990년에는 PC 생산허가증을 취득했고, 레노버 브랜드가 새겨진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본격 성장가도에 올랐다.

1997년 중국 국내 컴퓨터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레노버는 2005년 전세계 IT 제조업계를 떠들석하게 하며  IBM PC 사업부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약 20년만에 대리상과 제조업체의 상황을 역전 시킨 동시에 세계 1위 PC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불어 닥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도 류촨즈는 레노버 글로벌화 노선을 견지했고, 마침내 지난 2012년 레노버는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왕좌를 차지했다. 현재 레노버는 PC,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등 사업을 펼치는 종합 IT 기업이자 명실상부 중국 대표 다국적 민영기업이다.

중국 매체들은 레노버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으로 창업자 류촨즈의 기업관리 노하우를 꼽는다. 영역별로 각각 다른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기업을 운영하는 한편, 회사의 시스템, 기업문화 등은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류 회장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회사 설립 초기 불법은 행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고, 그 초심을 한결같이 유지했다. 1990년대 부동산 투기 열풍 속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돈은 벌지 않겠다’는 신념을 지켰다.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실리를 도모하거나 내부에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 2011년 레노버그룹(聯想集團) 회장직에서 물러난 류촨즈는 그룹사 명예회장 및 레전드 홀딩스(聯想控股 레노버의 모기업)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올해로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한 지금, 류촨즈는 레노버가 걸어온 역사의 길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굳은 신념과 훌륭한 대처능력으로 개혁개방 이후 격동기를 겪어냈고, 이를 기반으로 레노버를 세계적인 PC 브랜드로 키워냈다.

류 회장은 지난해 말 “지금이 개혁개방 이래 기업하기 최고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회 풍조가 올바르게 개선됐고 기업가 역할에 대한 인식도 바로 잡혔다”며, “앞으로의 관건은 기업가가 제역할을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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