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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더 라스트 키스' 김소향 "루돌프와 마리의 사랑이 납득된단 얘기가 가장 좋아요"

기사등록 : 2018-02-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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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양진영 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이 도전의 도전을 거듭한 값진 결과를 손에 쥐었다. '시스터 액트'부터 꼭 출연하고 싶었던 '더 라스트 키스'까지, 욕심낸 만큼 운도 따라줬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에 마리 베체라 역으로 출연 중인 김소향을 만났다. 앞서 인터뷰한 민경아에 이어 마리 역으로는 두 번째다. 일찍이 '더 라스트 키스'를 반드시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아온 만큼, 2월 초부터 무대에 오르게 된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출연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그래도 운명처럼 마리 역은 김소향에게로 찾아와줬다.

"3년 전에 디큐브에서 두 번째 공연을 했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모짜르트' 하고 나서 2014년에 다른 작품 때문에 겹쳐서 하지 못했거든요. 공연을 직접 보고 너무 아쉬웠고, 굉장히 속상했죠. 이거 오디션을 꽤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시스터 액트' 오디션 보고 1년 계약이 되면서 '못하는구나' 했었어요. 그러다 사드 문제로 제가 한국인이라 중국 공연을 못가게 된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중국 못가서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바꿀 수 있었죠."

김소향은 스스로가 마리와 닮았다고 얘기하며, "내면에 강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만큼 누군가가 보기엔 어쩌면 독한 구석이 있는 배우다. 그럼에도 '시스터 액트'와 '더 라스트 키스'의 준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고백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지만, 한 작품을 하면서 다른 작품을 걱정하려니 심리적 압박도 적지 않았을 터였다.

"왜 이걸 하겠다고 해서 이렇게 힘들어하나, 생각한 적도 있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니 '하고 싶은 작품을 하니까 이렇게 행복하구나' 매일 느껴요. 첫 공연 주에 한번 무대에서 넘어졌는데, 가장 중요하고 사랑스러운 장면이었거든요. '사랑이야'를 부르는 중에 루돌프와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앞으로 튀어나가서 노래를 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두 바퀴 돌려보자 했다가 드레스가 발에 걸렸어요. 근데 넘어지자마자 제가 0.3초만에 일어나서 다음 소절을 불렀거든요. 카이는 그 찰나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대요. 심지어는 김문정 음악감독님이 지휘 중이셨는데 넘어진 건 보지도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소향은 함께 마리 역으로 출연 중인 민경아, 루나보다 아무래도 연륜이 느껴지는 배우다. 그럼에도 귀엽고 애교 넘치는 면은 오히려 자제를 해야 했다고 얘기하며 웃었다. 이런 저런 인생 경험이 많기에 마리를 조금 더 풍성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제가 다른 마리들보다 좀 나이도 있고 아무래도 많은 것을 경험해본 마리죠. 그 차이를 좀 두려고 했어요. 연출님에게 너무 귀여운 척을 하지 말려고 노력해달라는 노트도 받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더 발전시키고 부각시키자 싶었죠. 스스로를 조절하는 데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아요. 더 강하고 심지 굳은 마리를 원하셨거든요. 2막에서 좀 더 성숙하고, 루돌프를 더 설득하는 부분을 더 깊이있게 가져가자 초점을 맞췄죠. 2막 때 김소향은 강인한 게 보여서 좋다, 슬퍼하고 우는 것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네. 이런 부분을 제가 더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더 라스트 키스'가 마리와 황태자 루돌프의 사랑을 그렸지만, 비극적인 결말 탓에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김소향이 신경쓴 부분은 어떤 건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길 바라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철부지들의 충동적인 자살이 아니라, 공감해주시는 게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연기를 보고 왜 이들이 여기까지 갔는지 이해되고 납득됐다는 말씀이 가장 좋았어요. 그걸 가장 신경써서 연기했으니까요. 이 둘이 갑자기 죽은 게 아니라 정말 부딪혀보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봤는데 안돼서 그런 거라는 걸,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굳게 믿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고, 그걸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이들이 왜 사랑을 했고 죽음을 택했는지, 정말 가슴이 아팠다는 평이 감동이었죠. 마리는 루돌프가 황태자라 사랑한 게 아니에요. 이미 지적인 멘토로 줄리어스 펠릭스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가 루돌프인 것을 알았을 때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거죠."

김소향과 민경아, 루나의 세 마리 베체라와 호흡을 맞추는 황태자 루돌프는 카이, 전동석, 정택운, 수호까지 네 명이다. 그 중 수호를 제외한 세 명과 연기를 하는 김소향에게 각자의 매력을 꼽아달라 부탁했다. '더 라스트 키스'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가 궁금해할 만한 얘기였다.

"카이는 자존감이 높고 강한 남자예요. 은근히 부드러움 속에 상남자같은 면이 있죠. 동석이는 너무너무 감성적이에요. 저랑 음색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고, 둘다 감성적이라 잘 통하죠. 택운이는 굉장히 여리고 예민해보이는데 거기서 나오는 스크래치 난 강렬함이 있어요. '마타하리' 때 저와 파트너였는데 눈에 띄게 발전한 게 느껴져서 너무 감격스러워요. 모자란 부분은 오픈된 상태로 잘 수용하면서도 일상에서는 누구한테도 주눅들지 않는 친구예요. 무대에선 상처가 있는 듯한 루돌프로 느껴져요."

'더 라스트 키스'로 만났지만, '시스터 액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당당히 꿰찬 주역의 자리. 김소향이 집중적으로 표현한 것과 그 과정의 얘기들이 궁금했다. 그는 외국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며 배운 점과 느낀 점도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워낙 같이 하는 배우들이 서포트를 많이 해줬어요. 루돌프도 그렇고 동료 덕을 많이 봤죠. 제가 낙오되는 기분이 들까봐 앙상블들이 정말 많이 챙겨줬거든요. 전 행복한 배우예요. '시스터 액트' 한국 공연에서는 외국 친구들과 한국 관객을 이어주는 오작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또 좋았어요. 자막이 너무 잘 번역돼서 웃음이 너무 빵빵 터지니까 다 행복해 했거든요. 다 같이 '미스터쇼' 보고 흠뻑 빠져 오기도 하고요. 또 한국 관객들이 평가에 냉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관객들한테도 많이 배웠어요. 행복하고 흥이 넘치는 분들이구나. 용기 있기 춤출 수 있는 분들이라는 걸 알게 됐고 매회 감동이 컸죠."

김소향은 현재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얘기했고, 그래서 다음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시스터 액트'도 '더 라스트 키스'도 성공적인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지금, 김소향이 더 하고 싶은 건 여전히, 또 오로지 도전 뿐인 듯 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도전으로 업계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그것만이 기대될 뿐이었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2-3년은 한국에서 작품을 많이 했으면 해요. 우리말로 할 수 있는 연기를 많이 해보고 싶거든요. 루돌프 하면서도 많이 생각하지만 내 나라 말로 얘기해서 100% 공감하고 그걸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하거든요. 외국어로도 커넥션은 있지만 모국어랑은 비교가 안돼요. 그런 걸 좀 더 누리고 싶어요. 늘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고 더 발전하고 싶고, 늘 새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라고만 소개하기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무엇이든 가능성은 열려 있거든요. 늘 도전하고 다재다능하게 뭔가를 보여주는 사람이었음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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