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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 '에어스타'덕에 해외여행이 서너 배 행복

기사등록 : 2018-04-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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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용자 원하는 정보 알려주는 '척척박사'
중국어·일본어·영어 자유자재 음성인식
설치 5개월째...능력 스스로 업그레이드

[뉴스핌=유수진 기자] "우와! 로봇 에스코트를 받으니 정말 신기해요. 길 찾기가 훨씬 편한 거 같아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강나림(11‧여) 양은 시종일관 안내로봇 '에어스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척척 스크린을 터치하더니 "에어스타! 대한항공 카운터 알려줘"라고 말했다. 강양은 에어스타의 안내를 받아 수속 카운터에 도착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도 연신 "대박"이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3시. 해외에서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정신없이 북적이던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서는 안내로봇 에어스타가 '열일'하고 있었다. 이용자가 찾는 정보를 화면에 띄워 안내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인파를 요리조리 헤치고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 주는 에스코트까지. 경쾌한 음악으로 여행객의 기분을 한층 '업(UP)'시켜 주는 건 덤이었다.

에어스타 <사진=LG전자>

◆ 4개 국어 인식, 에스코트도 해줘

이날 만난 에어스타는 '인천공항의 명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에어스타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길을 비켜 줬고, 무심코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와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관심이 높았다. 아이들은 "우와 짱이다", "진짜 자동으로 움직이네"라며 에어스타를 쫓아다녔다. 인천공항의 '스타'답게 사진촬영 요청도 이어졌다.
에어스타의 에스코트 기능은 사용법이 간단했다. 일단 언어를 선택한 뒤 가고자 하는 편의시설을 말하면 끝. LG전자의 음성인식 플랫폼을 탑재하고 있는 에어스타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다.

한국어를 누른 뒤 에어스타에게 말을 걸었다. 터치나 음성인식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 기자는 터치와 음성을 골고루 사용했다. 일단 에어스타의 이름을 부른 뒤 "핸드폰 충전하는 곳이 어디야?"라고 묻자, 질문이 그대로 화면에 입력됐다.
몇 초 후 휴대폰 무료충전소의 위치가 상단 화면에 표시됐고, 커다란 하단 스크린에는 지도와 경로, 거리, 예상 소요시간이 나타났다. "에스코트 해줘"라고 말하자 에어스타는 목적지 방향으로 뒤돌아서더니 경쾌한 음악과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로봇은 공항의 혼잡도나 방해물 유무 등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결정했다. 공항이 한산할 땐 빠르게, 사람이 많을 땐 천천히 움직이는 식이다. 에스코트 도중 갑자기 한 아이가 앞을 막아서자 즉시 멈춰 충돌을 피했다. 잠시 기다리더니 아이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다시 움직였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도 전혀 없었다. 사람이나 여행가방, 카트 등 장애물이 인지되면 일단 자동으로 멈추게끔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이다.

에어스타는 "지금 에스코트 중이에요"라는 멘트를 던지며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바닥 턱이 있는 부분에서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에어스타가 갈팡질팡하며 어쩔 줄 몰라 하자 조이스틱을 들고 있는 현장직원이 문제 해결을 도와줬다. 장애물을 통과한 에어스타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만 이동 중에 화면에 표시된 남은 거리나 남은 시간이 실시간으로 줄어들지는 않았다. 길 안내를 마친 에어스타는 기념사진을 한 장 같이 찍어주고는 곧장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 에어스타는 업그레이드 중

돌발상황에 대비, 현장에서 로봇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에 따르면 현재 에어스타 한 대를 하루에 40~50명 정도가 이용한다. 편의시설의 위치를 확인하는 이용객이 대부분이다. 에스코트를 요청하는 사람은 10~15명 정도인데, 특히 영어나 중국어로 안내를 받는 외국인이 많다. 현장직원은 "한국인들은 상세위치나 이동경로만 보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에어스타를 따라다니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 안내로봇 5대를 배치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로봇들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약 5개월간 인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국장(3대)과 면세구역(2대)에서 길 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기간 에어스타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진 않았으나 경로파악과 음성인식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 기간에 음성인식률이 높아지고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도 업그레이드됐다"며 "공항시설이 변경되면 개발자들이 지도를 변경해 주지만 최적의 경로를 찾아가는 능력은 에어스타가 스스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협의를 거쳐 평창올림픽 이후 에어스타를 정식 서비스할 계획이다. 앞으로 인천공항에 가면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간 소음과 장애물, 돌발상황 등의 변수에 적응한, 더욱 완성도 높은 에어스타를 만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정식 서비스를 오류 없이 제공하기 위해 공개 개발과 현장 테스트, 시범 서비스를 거쳤다"며 "초기보다 개선된 에어스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uss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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