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newspim

[로봇이 간다] "남성복 세일은 7층' 백화점에서 열일 '페퍼'

기사등록 : 2018-04-07 10:21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2> 한국어 등 4개 국어 능통한 '도우미'
사람 표정·목소리 변화로 마음 읽어
데이터 쌓아 영업 업무도 수행 가능

[뉴스핌=양태훈 기자] 성탄절을 앞둔 지난해 12월 22일 롯데백화점 명동본점. 안내로봇 ‘페퍼’가 로비 한가운데서 신나는 캐럴에 맞춰 춤을 추자 손님들이 연신 핸드폰을 눌러댔다.

페퍼는 하루 최대 10만명이 방문하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백화점 소개와 층별 행사 안내, 주변 관광지 정보 안내와 맛집 소개, 상품 추천 등을 주로 맡고 있다. 하루 3교대로 다른 매장보다 바쁜 편이지만 페퍼는 백화점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지하 1층 출입구에 나타나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점심을 앞두고 손님들이 몰리면 "두구두구두구...페퍼의 추천은~"이라는 페퍼의 안내 목소리는 더욱 자주 들린다.

페퍼 <사진=양태훈 기자>

◆ "옵스 빵집도 입점해 있습니다"...하루 10만명에게 정보 서비스

아직은 대부분 화면 터치를 통해 층별 행사나 맛집 소개 등을 서비스받는 수준. 음성으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페퍼의 안내만으로 복잡한 백화점 내에서 길을 헤매지 않고 원하는 맛집을 찾기에는 충분하다. 고객들 역시 대부분 만족해한다.
부산에서 서울로 여행 온 송지현(28·여) 씨는 "페퍼 덕분에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부산 3대 빵집인 옵스(OPS)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쇼핑을 하면서 손쉽게 주변 관광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참 쓸 만한 로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기술인 미국 IBM사의 '왓슨(Watson)'을 사용, 스마트한 두뇌를 탑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역대 챔피언인 브래드 러터, 켄 제닝승과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했을 정도로 똑똑하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언어에 능통하며, 카메라와 센서로 이뤄진 눈과 귀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변화를 감지해 마음을 읽는 재주도 갖췄다.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양팔을 움직일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라고도 평가받는다. 페퍼는 이 같은 다재다능을 무기로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명동본점과 LG유플러스 강남직영점에 취업했다. 고용주는 모두 LG유플러스다.

페퍼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 통신사 매장에서 아이들 도우미로...조만간 고객에게 핸드폰 추천도

페퍼는 롯데백화점뿐만 아니라 통신사에서도 근무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강남직영점에서 만난 페퍼는 매장을 방문하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아이들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드는 최신 스마트폰 추천이나 멤버십 혜택 알림 등의 안내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한다. 아직 페퍼 스스로 고객 개개인과 세부적인 상담을 하거나 신규 가입 등을 유치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강남직영점 직원은 "아이들이 페퍼를 좋아해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면 부모님들이 페퍼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페퍼는 상품 안내 도우미보다는 아이들 돌보미로 더 요긴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스스로 학습한다면 조만간 페퍼 스스로 상담을 하고 스마트폰 가입신청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국내 시장에 페퍼를 들여온 LG유플러스가 이미 금융(우리은행), 서점(교보문고), 의료(가천대), 유통(롯데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로 파견 보낸 페퍼의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고 있어서다.

LG유플러스는 1년간의 페퍼 시범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곧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로봇 있는 삶'이 곧 우리 일상에 불어닥칠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flame@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