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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스모크' 황찬성 "이상처럼 욕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기사등록 : 2018-05-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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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2PM의 황찬성이 '스모크'로 국내 첫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기존의 덩치 큰 막내 이미지와 달리, 진중한 면을 내보인 덕에 이번 도전 과제인 '해' 역으로 성공점을 받았다.

뮤지컬 '스모크'가 오는 7월1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 중이다. 황찬성은 아이돌 2PM 멤버를 잠시 내려두고, 무대 위 '해'로 변신했다. 천재 문학가 이상의 작품을 넘버와 대사로 풀어내고 그의 고뇌를 가득 채운 이번 뮤지컬. 국내에서는 최초로 무대에 오른 황찬성에게 그리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연일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호평받고 있다.

"아직 부족한데도 질타보다 격려해주셔서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요. 같이 연기했던 선배들도 다 너무 좋은 분들이라 좋은 반응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드라마는 몇 편 출연해봤지만, 무대랑은 정말 달라요. TV에서는 부각돼야 할 감정, 행동을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게 컷을 구성하고 편집하시죠. 무대에서는 그런 것들이 없어서 신경 써야 하거든요. 뮤지컬이나 연극은 더 자유롭고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를 제약 없이 펼쳐낼 수 있죠."

황찬성은 '스모크'의 모티브가 된 작가 이상에 관해 무지했음을 털어놓으면서도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그의 삶과 내면에 깊게 공감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천재였던 이상은 세상으로부터 부정당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물론 황찬성의 아이돌로서 화려한 삶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

"이 작품 자체가 이상 시인 추종자들의 해석이 바탕이 된 거예요. 그 시절 이 분이 시를 쓰고 글을 적으며 느낀 고통을 알 수 있었죠. 연기하고 노래하고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전부를 표현해내잖아요. 그걸 부정당했다는 생각을 해보면 굉장한 아픔이 아닌가 생각했죠. 아마 나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 거고 어마어마한 고통이었을 거예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계시지만 나름대로는 예술가라는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처음에 대본을 보면서 무척 좋았어요."

이상 시인에 관해 얘기하면서, 황찬성은 "이 작품 이전의 이상 시인에 대해서는 그런 분이 계셨다는 것만 알았다"고 말해 기자들을 웃게 했다. '스모크'를 만나 절로 공부를 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를 이해하고 캐릭터 해석에 자신감도 갖게 됐다. 윤소호, 박한근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돼 '어떻게 다른' 황찬성의 해를 표현하려 했는지 묻자, 조금은 머뭇거렸다. 그럼에도 그가 의도한 '해' 캐릭터는 성공적으로 객석에 전달됐다.

"말로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해의 설정이나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는 비슷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겠죠. 딱 한 마디로 얘기하긴 어려워요. 보신 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더 소년 같은 해, 어린 티가 나는 캐릭터를 의도하기는 했어요. 그게 잘 보였다면 저는 다행입니다. 무대는 늘 어렵고 긴장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느낌은 들어요. 매 공연할 때마다 깊게 몰입되는 부분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요. '절망' 넘버를 부를 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또 어느 때는 '내 인생'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 매번 달라요. 어떤 날은 생각지 못한 데서 감정이 확 오기도 하더라고요."

황찬성은 '스모크'에 도전하기까지, 사실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본을 받고, 즉흥적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든 뒤로 크게 고뇌가 없었다면서도, 과거엔 팀 활동과 무대 사이에서 어느 정도는 번뇌가 있었음을 털어놨다. 몇 년 전부터 제안이 있었음에도 이제야 시간을 내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저는 2PM 활동도, 연기도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해요. 대본이 들어와도 부담스러웠던 이유는 재작년까지는 저한테 단 1주일의 시간도 없었거든요. 항상 뭔가를 준비하고 다른 걸 병행하고 있어서 뭘 해볼 수가 없었어요. 해도 후회할 것 같았죠. 작년부터는 한 달 정도는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말씀드렸어요. 그 이후로 '인터뷰'와 '스모크'를 만났죠. 이번 작품은 나중에 '그거 할 걸'하고 후회하기 싫어서 결정했어요. 하하. '욕먹겠지?' 이런 생각도 결정한 뒤에 준비하면서 들더라고요. '이상 이 분처럼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겠구나' 했다니까요."

다행히 자칭 '뮤지컬 초짜'인 황찬성에게 든든한 선배들의 조언이 힘이 됐다. 그는 "무대에서 동선을 어떻게 쓰는지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표현하시니까 많이 배운다"며 함께 연습한 박한근, 김소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직도 무대를 앞두고 한숨을 끊임없이 쉴 정도로 긴장감에 휩싸이지만, 그가 뮤지컬에 계속 도전하고 싶은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특히나 넘버 음역대가 다 높아서 굉장히 어려워요. 그 부분을 소향 누나랑 한근이 형이 많이 도와줬죠. 첫 번째 런을 돌 때 제가 감이 너무 안와서 감정을 다 쏟아 부어보자, 시도했어요. '연기처럼' 리프라이즈부터 목이 탁 막혔죠(웃음). 못부르겠는 거예요. 이러면 사고가 나는구나, 그때 알았어요. 늘 무대 앞두고 다리가 간지럽고 작품과 또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과 긴장감이 커요. 그럼에도 무대가 아닌 곳에선 이렇게 긴 호흡을 한 번에 쏟아내는 경험은 쉽지 않잖아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뮤지컬 스케줄을 소화하는 동안 황찬성은 일찍 자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뮤지컬 무대에서는 신인 축에 속하는 처지다 보니 그리 큰 포부는 없다지만 분명히 노력하고 있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되 기본에 충실할 것. 그가 아이돌 2PM으로 성공하면서 얻은 교훈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요즘은 매일 공연 5시간 전에 식사하고 목을 풀어요. 공연 전날은 그 어떤 짓도 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씻고 잠이나 자요(웃음). 7~8시간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요. 런 돌 때는 2시간 전까지 뭘 먹으면 체하기도 해서 절대 뭘 안먹어요. 어떤 작품이든 제가 하는 역할이 극중에서 기능을 다 했으면 해요. 물론 능력이 돼서 그 작품 안의 기능 이상을 보여주고 더 좋아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궁극적으론 그렇게 돼야겠지만 아직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몫을 정확히 해내고 보시는 분들이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지금은 충분해요." 

jyyang@newspim.com 사진=(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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