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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재산, 끝까지 잡는다②] 체납자 추적, 용기있는 '제보' 한 통이 결정적

기사등록 : 2018-06-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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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재산 제보센터로 "위장이혼 하고 모텔 운영" 제보
'제보→조사→잠복→현장급습→소송'...3년 추적 전액징수

[편집자] 지방선거 시즌이면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후보자 ‘체납’ 문제다. 그런데 알고보면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 고액체납자 수도 상당하다. 문제는 체납 상습자들이 재산을 숨기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일선 지자체가 이들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은 경찰 수사를 방불케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자체의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추적기를 쫓아봤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고액체납자가 숨겨놓은 금고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은닉재산 제보센터로 한 통의 제보가 날아들었다. 한 고액체납자가 위장 이혼 후 남편 명의로 모텔을 운영,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해당 모텔에 체납자의 개인금고가 숨겨진 ‘비밀의 방’이 있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38세금총괄팀은 즉각 제보내용을 토대로 기초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체납자 A씨가 자기 앞으로 있던 모텔을 이혼 과정에서 남편에게 증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38세금총괄팀은 두 달간 준비를 마치고 해당 모텔 근처에서 잠복하며 A씨의 꼬리를 쫓기 시작했다. A씨가 이 모텔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잠복팀에 포착됐다. A씨 부부의 ‘위장이혼’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서울시 서소문청사 10층 38세금징수과 사무실 입구에 과훈이 걸려있다. 2018.06.04 [사진=임성봉기자]

A씨 부부가 눈치채기 전에 현장을 급습해야 했다. 38세금총괄팀 8명은 작전을 세우고 오전 7시 현장을 덮쳤다. 하지만 A씨는 가게를 빠져나간 상태였다. A씨의 남편은 “아내와는 이혼한 후로 만난 적 없다”며 수색을 거부했다.

시간이 지체되기 전에 제보자가 증언한 ‘비밀의 방’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비밀의 방’의 구체적인 위치는 몰랐던 38세금총괄팀은 초조했다.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압류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려던 찰나, 모텔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수상한 ‘문고리’가 하나 발견됐다.

자세히 보니, 벽처럼 보이는 곳에 대형 거울이 설치된 점도 수상쩍었다. 문고리를 당기자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로 이어지는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촉’이 발동한 38세금총괄팀이 문을 강제로 개방하려고 하자 A씨의 남편과 아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금고가 숨겨진 비밀의 방이 분명했다.

힘겨루기 끝에 진입한 실내에는 A씨의 옷과 화장품, 가족사진 등이 놓여 있었다. 그 사이로 성인남성 허리 높이의 금고도 발견됐다. 제보자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금고에서는 귀금속 35점과 현금 900여만원 등 수 천만 원 상당의 동산이 발견됐다.

38세금총괄팀은 A씨의 은닉재산을 찾아냈지만, 남편 명의의 모텔 소유권을 A씨에게 돌리기 위한 법적 소송(사해행위 취소소송)에 들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불기소처분하고, 이후 진행된 1심 재판에서도 A씨가 승소하는 등 압류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치열한 법적공방 끝에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는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A씨의 체납액 3억1000만원을 전액 징수할 수 있었다. 제보와 자료조사, 잠복, 현장단속, 소송으로 이어진 3년간의 추적 끝에 맺은 결실은 달았다. 

[사진=서울시]

4일 서울시에 따르면 38세금징수과로 전달된 은닉재산 제보는 현재까지 38건이다. 이 중 12건은 현재 제보내용을 토대로 치열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38세금총괄팀 이미자 주무관은 “고도로 지능화된 체납수법이었지만 용기 있는 시민의 제보로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액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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