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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혈세낭비'... 선거 현수막 뒤처리 여전히 '골치'

기사등록 : 2018-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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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면 후보자가 '직접' 현수막 철거해야
까다로운 현수막 처리 과정... '국민혈세'에 '환경오염'까지
관계자들 "몇 달 전 플라스틱 대란 생각해야..."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선거 시즌마다 불거지는 현수막 뒤처리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선거 전 전봇대와 가로등 등을 뒤덮은 출마 후보자 현수막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재빨리 제거되지 않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불만이 고조된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13만여 개에 달한다. 지난 4월 선거구 내 읍·면·동을 기준으로 2개 이내의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끔 공직선거법 규정이 개정되면서 이번 선거에는 유달리 많은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내걸렸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31일 오전 서울 은평구 불광역 사거리에 각 정당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8.05.31 deepblue@newspim.com

◆ 선거 끝나면 후보자가 '직접' 현수막 철거해야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에 방치된 현수막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276조는 후보자가 선거가 끝난 뒤 지체없이 현수막을 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 다음 날부터 거리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은 감사인사 목적 현수막을 제외하고 모두 불법인 셈이다. 철거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후보자 대다수는 현수막 제작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설치부터 철거까지 맡긴다. 선거가 끝나면 제작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설치한 현수막의 수가 워낙 많아 철거까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현수막 제작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계약할 때 바로 철거해달라는 이야기도 없었고,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우리가 철거만 하러 다닐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비용을 아끼려 철거 계약을 하지 않는 후보자도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철거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2만원 정도"라고 했다.

결국 각 구청 등 지자체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 미관을 해칠뿐 아니라 운전자 시야까지 가리는 선거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선거용 현수막 처리는 원칙적으로 구청 담당이 아니지만 민원을 외면할 수 없으니 구청에서 우선적으로 조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15일 서울 모 구청 직원들이 오전 동안 수거한 폐현수막들. 2018.06.15. sunjay@newspim.com

◆ 까다로운 현수막 처리 과정... '국민혈세'에 '환경오염'까지

더 큰 문제는 현수막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구청은 철거한 현수막을 폐기물 처리 업체에 맡기는데, 이때 구청 예산이 사용된다. 원칙적으로는 구청이 추후에 해당 후보자에게 일일이 처리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처리비용 청구를 하려면 선관위부터 각 정당과 캠프, 심지어 제작업체까지 접촉해야 한다"라며 "청구 과정이 너무나 복잡해서 의례적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현수막 처리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오래 전부터 지적된 문제다. 수거된 현수막 대부분은 소각장으로 직행한다. 현수막은 대부분 합성수지로 제작돼 재활용이 어렵다. 매립해도 잘 썩지 않는다. 현수막을 소각하면 합성수지가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배출한다. 환경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소각비용 역시 '국민혈세'다. 

물론 자구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현수막을 이용해 장바구니 등을 제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예전부터 현수막으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비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활용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폐기물협회 관계자는 "폐현수막 중 재활용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인근에 당선 인사 현수막과 함께 선거 후보자의 현수막이 아직도 게시되어 있다. 후보자의 현수막 철거는 후보자캠프 측에서 해야 하지만 구청 및 지자체에서 철거하는 것이 대다수다. 2018.06.15 leehs@newspim.com

◆ 관계자들 "몇 달 전 플라스틱 대란 생각해야...", "현수막, SNS시대에 어울리지 않아"

재활용 제품업체 관계자는 "몇 달 전 플라스틱 대란으로 나라가 뒤집혔는데, 이번 선거에 현수막이 난립하는 걸 보고 황당했다"라며 "현수막을 사용하는 후보들은 환경정책 운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수막을 생산하지 않는 것"이라며 "후보들은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만큼 직접 생산한 현수막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현수막을 고집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현수막을 사용하지 않는 여러 선진국처럼, 우리의 선거 문화도 바꿔 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 "노년층은 현수막을 통해 후보들을 인지한다"며 "현수막을 강하게 규제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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