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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재판보겠다"는 김지은...'2차 피해' 감수 이유는?

기사등록 : 2018-07-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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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성범죄 피해자 재판 방청 이례적"
고통스런 기억·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
김씨 측 "법원 지원 받아 직접 법정 진술 듣길 원해"
피해자 재판 참여, 재판에 영향 미칠 수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부지법 303호 대법정.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 방청석은 일순간 어수선해졌다. 재판부가 피해자 김지은(33)씨의 방청 소식을 알리자 방청객들의 고개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얼굴이 알려지며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김씨는 한 방송사 인터뷰 이후 120일 만에 은둔 생활을 끝냈다.

김씨는 지난달 15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 검찰과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전 재판 방청 의지를 밝혔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봉주·이윤택 등의 피해자 변호를 맡아 ‘미투 변호사’로 알려진 하희봉 변호사는 “성범죄는 변호인 등이 대리 출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은 증인심문 때조차 불출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배수진 변호사는 “피해자 대다수가 가해자는 물론 방청객들에게 노출되기 싫어한다”며 “재판 내용이 궁금한 피해자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을 대신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법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씨를 지원하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 배복주 상임대표는 “2차 피해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어떤 진술이 오가는지 김씨가 직접 듣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씨는 재판 내내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변론과 검찰과 오간 양측의 공방을 받아 적었다.

배 상임대표는 “법원의 태도에 김씨가 더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6월15일과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가 사생활 공개를 원치 않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재판부에 전 재판 비공개를 요구했다. 김씨의 재판 방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면 비공개는 어렵다면서도 “피해자가 원하면 출석 기회를 보장하고 증인지원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보호하겠다”고 화답했다. 실제로 지난 2일 1차 공판에 참석한 김씨는 법원 내부 통로를 이용해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했다.

왼편 방청석에 배치한 김씨의 고정석도 법원의 배려가 반영된 결과다. 맨 앞줄 좌측에서 두 번째 자리에선 대각선에 위치한 피고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바로 앞 피해자 변호인석이 차벽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재판 방청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배 상임대표는 “피해자의 방청이 피고인 측에도 긴장감을 줄 수 있다”며 “피해자를 음해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주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청 온 피해자에게는 판사가 직접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피해자 재판 방청의 이점을 설명했다.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반박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실제로 재판부는 김씨에게 “별도 기일을 잡아 피해자에게 반박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피해자의 의지나 진술이 법정 분위기를 바꿀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2018.07.02 leehs@newspim.com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 출장지에서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지사로서 위력을 이용한 추행 혐의와 다섯 차례 강제 추행 혐의도 법정에서 다뤄진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7월 한 달 간 안 전 지사 사건을 집중 심리한다. 이르면 7월내로 모든 심리가 끝날 전망이다.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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