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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박물관 ‘유령마을'...300억 혈세 어디로?

기사등록 : 2018-07-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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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
저조한 방문객수에 '예산낭비' 비판 이어져
창신·숭인지구 등 갈피 못 잡는 정책.."취지 무색"

[서울=뉴스핌] 박진범 기자 =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에서 7분 정도 걸어가면 외로운 마을이 나타난다. 인적이 드물고 스산한 모습이 꽤나 을씨년스럽다. 덩그러니 놓인 안내판이 이곳이 ‘돈의문박물관 마을’임을 알려준다.

평일 한낮이지만 보통 관광지라면 방문객이 보이기 마련. 그러나 마을은 찾는 이 하나 없다. 텅 빈 공터에 빈 의자만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사람이 없어서 사진 찍기 편한 것은 아이러니다.

지나치게 고요한 나머지 인기척을 느낀 순간 화들짝 놀라기 일쑤다. 어느새 옆에 와있던 관리 직원에게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라고 묻자 “4시 넘으면 도슨트(관람 안내인)가 오는데 그때는 사람이 좀 있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마을 모습도 어딘지 어수선하다. 전통적인 풍경도 아니고 현대적인 면도 아닌 것이 묘하게 뒤섞여 불협화음을 낸다. 옛스러운 한옥들이 즐비해 있지만 바로 옆에는 최신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콘셉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다.

서울 종로구 송월길 돈의문박물관 마을 [사진=박진범 기자]

◆300억원 들인 박물관마을...방문객 없어 '썰렁'

돈의문은 서대문의 옛 이름으로 조선 세종 때 지어졌다. 일제가 도시 확장을 핑계로 철거해서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2014년부터 박물관마을을 조성했다. 하마터면 공원이 될 뻔했던 마을 부지를 문화시설로 용도 변경하고, 한옥과 건물 총 39개 동을 리모델링했다.

취지는 좋았다. 마을 단위 도시재생계획 첫 사례로도 꼽혔다. 지난해 8월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 도시건축 비엔날레가 성황리에 열렸다. 기세를 몰아 올해 4월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야심찬 계획에 비해 결과가 실망스러웠다. 일단 찾는 사람이 드물다. 간혹 근처 주민이나 점심시간 산책을 나온 직장인들뿐이다. 외국인관광객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혈세를 들여 ‘유령마을’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방문객이 없는 것은 서울시와 종로구의 분쟁 탓이다. 시와 자치구가 마을 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 음식점과 공방, 한옥게스트하우스, 전시갤러리 등이 제때 입점하지 못했다.  먹어야 할 곳, 봐야 할 곳, 체험해야할 곳이 없으니 관람객들이 모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이 관리·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지난 5월에는 기습 폭우로 곳곳이 물이 새 부실공사 논란까지 일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전시가 열리는 등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문화역사사업의 값어치를 단순 방문객수로 따지지 말라고 옹호한다. 그러기엔 들인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돈의문박물관 마을 완공에는 총 2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마을 내 경찰박물관이 이전되면 추가로 4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한적한 돈의문박물관 마을 모습 [사진=박진범 기자]

◆갈피 못 잡는 개발정책들...“이익만 기대했다가 취지 무색”

서울시가 헤매는 사업은 또 있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 1호 지역인 창신·숭인 지구는 200억원이 투입됐다. 건축과 주거 환경을 정비하고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목표였다. 그러나 어설픈 결과물에 주민들 원성만 샀다. 투기꾼만 신났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일 년째 전시행정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서울로7017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 하이라인공원을 모델로 약 60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가 안전 문제만 불렀다.

한강 노들섬 개발은 10년 동안 계획을 수차례 변경해 시간만 낭비한 사례다. 서울시가 기존 오페라하우스 설립을 백지화시키고 텃밭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 탓에 계획을 또 바꿨다. 지금은 다시 문화공연 공간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월드컵대교·상암 롯데몰 부지·세운상가 등 수년째 표류하거나 실망스런 결과를 부른 사업이 산적하다.

서울로7017 [사진=서울시]

도시계획 전문가는 “경제적 이익에만 과도하게 몰두했다가 취지마저 무색해진 결과”라고 꼬집는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장은 “일원화된 정책을 양적지표만 가지고 밀어붙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개발 과정에서 주민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히 물리적 개발이 아니라 주민들이 문화공동체 사업으로 십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beo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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