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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상시험 리포트②] 달콤한 유혹 ‘임상시험’

기사등록 : 2018-07-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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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사망자 82명, 중대이상반응 1168명
정부, 위험성보다 이익과 보상 강조
"부작용과 위험성 충분히 안내하는 제도 만들어야"

[편집자주] 지난해 서울의 임상시험 도시 점유율은 세계 1위, 국내 전체로 따졌을 때 한국은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까지 임상시험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관련 규제는 완화하고 지원은 늘려 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놀이터가 됐다. 임상시험의 위험성, 그리고 임상시험 산업 육성이라는 포장지에 감춰진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실태를 추적한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사망자 82명. 중대이상반응 1168명. 최근 5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임상시험 피해자 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임상시험 중 발생 이상 반응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1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작용(중대이상반응)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이상반응은 해당 약물을 이용한 환자가 사망하거나 생명을 위협받은 경우를 의미한다.

◆임상시험 부작용 '심각한 수준'

시민단체들은 임상시험 이후 부작용을 겪거나 사망해도 구제절차를 몰라 보고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 임상시험 피해 사례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5년여간 임상시험 사망 및 중대이상반응 건수 [사진=김상훈의원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병원에서는 임상시험 중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몸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임상시험 피해 사례는 ‘올리타정’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 식약처에 비소세포폐암표적치료제인 ‘올리타정(올무티닙)’의 개발과 시판을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한미약품과 식약처는 개발중단 이유로 “경쟁 약물이 시판되면서 올리타정의 경쟁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지난 2016년 5월 표적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2015년 3월부터 실시한 2상 임상시험 자료만으로 올리타정의 시판을 조건부 승인했다. 한미약품은 이 약의 임상시험을 끝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임상시험 3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0월 국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이상반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약을 이용한 환자 중 3명이 사망하고 29건의 중대이상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올리타정으로 인한 사망이 의심되는 사례도 8건이나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올리타정으로 인한 사망이 확인된 건 1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인과관계가 없거나 불분명하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약에도 부작용은 있다”며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약이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치료받았거나 자신의 몸과 생명을 임상시험에 기꺼이 제공한 올리타 복용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해 제약사와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소세포폐암표적치료제인 ‘올리타정(올무티닙)’의 개발중단을 검토한다는 식약처의 보도자료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당근'만 부각된 임상시험

임상시험 부작용 피해가 속출한 배경에는 정부와 병원 등이 임상시험의 ‘위험성’보다 ‘이익과 보상’을 강조해 온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 등 세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1상은 흔히 ‘꿀알바’로 알려진 임상(생동성)시험이다.

참여 자격이 까다롭지 않고 짧게는 3일 만에 70~100만 원 가까이 벌 수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한다.

3상 시험은 부작용 의혹이 일었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사례와 같이 말기 암 환자 등 해당 약물을 실질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대상에게 시험하는 단계다. 가장 위험성이 높고 임상시험과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임상시험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소개한 임상시험의 의의 [사진=한국임상시험포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정부가 환자나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인터넷을 통해 임상시험의 유용성만을 강조하면서 임상시험의 부작용 피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인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의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한다면 새로운 치료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임상시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또 “일상 치료보다 의료진들의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게 된다”며 “(임상시험)대상자도 이를 위한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선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신약이 시판되기 이전에 먼저 이용해볼 수 있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임상시험 2, 3상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성만 빼놓고 본다면 저비용 또는 무료로 신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약 개발에 임상시험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환자들이 신약 복용(투여) 이외의 치료과정을 무료로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상을 강조한 홍보 방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과 대학생들을 유인하는 ‘당근’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정부와 병원에서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경제적 보상을 특히 강조하는데 이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유인하는 미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보상만큼이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안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bong@newsp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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