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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노트] 사업부진에 '경영권 방어'까지 고민해야 하나

기사등록 : 2018-07-3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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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 '최종보고서', 기업을 투기자본 먹잇감으로 만드는 것"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이 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만에 공정거래법 개편을 추진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9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발표한 최종 보고서 내용을 접한 기업들은 수심이 가득하다. 특위의 권고안대로 공정거래법이 개편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권은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사업적인 고민이 큰 상황에서, 공정거래법 개편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라는 또 하나의 짐까지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주요 논의결과 [출처=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특위는 대기업의 공익법인과 금융계열사가 행사해온 의결권 한도를 5%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현재는 공익법인은 보유 지분에 따른 의결권 제한이 없다. 또 보고서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상장사를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인 회사에서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공정위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8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외국계 투기자본인 엘리엇의 공격을 받아 지배구조 개선안을 철회하고,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다. 이외에도 소버린과 SK그룹, 엘리엇과 삼성그룹 등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 핵심 기업들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일은 종종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이 정부는 대기업과 총수의 경영권을 제한하려는데 혈안이다. 공정거래법 개편 이외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추진,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골자인 상법 개정 추진 등 기업들의 경영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부에서는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명목하에 한국의 알짜 기업들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놓으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무작정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악'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며 "대주주가 사익을 편취하거나 불공정한 거래를 할 경우에는 지금 법으로도 사후에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청와대도 이견이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투자와 고용을 독려하고, 산업부 장관의 산업 현장 방문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나 장관의 독려가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한쪽에서는 투자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태어난 글로벌 초대기업인 삼성에 대해 '협력사를 쥐어짜낸 결과'라는 인식하에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볼 경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이끌어 낼 수 없다. 기업들의 투자가 없으면 정부가 아무리 세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제한적이다.

공정거래법 개편은 특위의 보고서를 토대로 공정위가 개정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 기업들과 대주주의 역할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기업들의 잘못된 거래를 규제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법안이어야지, 기업들의 경영권을 뺏기 위한 법이 돼서는 안된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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