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사회

양형 가감의 이유 ‘진심으로 반성’...반성문 제출, 효과 있을까?

기사등록 : 2018-08-03 06:1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변명 일색 반성문은 효과 없어...‘자백’ 포함되어야
반인륜적 범죄엔 無用...이영학, 수십차례 반성문에도 ‘사형’
명백한 증거 나온 뒤 자백 반성문도 효과 의문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1 지난달 27일 후배 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비유해 성희롱한 전직 부장검사가 1심에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최순실 씨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 등이 한 일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징역 2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에서 피고인의 반성 여부는 중요한 양형 참작 사유로 꼽힌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형량을 받기 위해 피고인들은 재판부에 매일 반성문을 써 제출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재량으로 형량 줄여주는 ‘작량감경’...재판부마다 판단 달라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 여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에도 명문화된 감경 또는 감경 사유다. 살인범죄 양형기준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행위자의 ‘진지한 반성’이 있는 경우 감경요소로 인정된다. 하지만 계획적 살인이나 사체손괴 등의 경우에는 반성이 없는 경우 형을 가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자신이 반성하고 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반성문 제출이다. 범행의 동기, 자신의 상황, 현재 심정, 향후 마음가짐 등을 글로 써 재판부에 제출한다. 진심을 담아 반성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론 형량을 감경받기 위해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피고인도 있다.

‘아이스크림 성희롱’ 전직 부장검사의 경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정황이 받아들여졌다. 사건 발생 후 잘못을 인식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직을 그만둔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질책이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이 반성문은 아니지만 자필 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변명’이자 ‘책임회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태도도 불성실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엽 판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강명중 판사. 2018.07.20

 ◆ 반성문 자체로는 효과 無...‘자백’ 여부가 중요

피고인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법조계에서는 반성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다만 반성문 안에 범행의 자백과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양형에 반영될 수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제목을 반성문으로 쓴 뒤 당시 범행 상황과 자신의 주장을 나열하는 글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진정한 반성문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반성문 자체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데 글에 범행 자백이 포함되어야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도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 구형에 반영하기도 한다”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불우한 가정 환경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그냥 보고 넘긴다”고 했다.

하지만 자백이 포함된 반성문을 무수히 쓰더라도 범행의 정도와 크기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최근 이 씨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이씨는 반성문을 수십차례 써냈으나 1심 재판부는 “범행과정에서 피해자를 유린하고 범행 이후에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도 진심어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조금이라도 가벼운 벌을 받으려는 위선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그런가 하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다가 검찰이 명백한 증거를 내놓아 유죄를 피할 수 없는 경우에도 반성의 진의를 의심받기 쉽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반성문을 제출하더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들이 있다”며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강하게 범행을 부인하지 않고 반성의 뜻을 내비치는 게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q2kim@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