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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숨통 튼 대북 인도적 지원...文정부, 유화책 속도 낸다

기사등록 : 2018-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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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대북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 승인
임재천 "文정부, 일종의 명분 얻은 것"
통일부 "정치 상황 별개 기존 입장 유지…논의는 아직"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을 승인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6일(현지시간) 대북제재 위원회가 인도주의적 품목에 한해 대북제재를 면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가 인도적 지원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눈에 띄는 점은 초안을 미국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대북제재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다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름철 북한 농촌지역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우리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두고 정치적 상황과 별개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사실상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재까지 국제기구에 공여금을 건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인도적 지원 가이드라인 채택은 우리 정부에 숨통을 터준 셈이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두고 일종의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물론 국내에서 논의 과정을 거치겠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근 분위기를 봐서는 국민들도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1995년 시작돼 올해로 23주년을 맞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점차 증가하기 시작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따른 5.24 조치 여파로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북한 임산부와 5세 미만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마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2016년 7월 북한의 평양산원에서 한 간호사가 태어난지 얼마안 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정부도 인도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대상으로 북한 내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취약계층과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개시 여부와 관련해서는 “조금 섣부른 감이 있다”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논의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식량부족 현상을 완화하고 부족한 생활 인프라를 보강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해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약 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는 달리 아사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현재 북한 시장에서에 식량 가격이 안정돼 있는 것으로 봐서 특별한 수급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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