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글로벌

“아시아 군비경쟁 가열 조짐...중국 영토야욕+트럼프 방위분담론” - FT

기사등록 : 2018-08-29 22:07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중국의 전력 확장과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아시아 지역에서 국방비 증가로 이어져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의 영토 야욕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위분담론에 아시아 각국이 전력을 강화하면서, 일각에서는 군비 경쟁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심층 보도를 통해 중국이 10년 간 추진해 온 군 현대화와 영토분쟁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로 인해 주변국들도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연간 국방비는 4500억달러(약 500조1750억원)로 21세기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중국의 2000억달러보다 많다. 또한 호주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방위백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 세계 항공모함의 절반이 인도 태평양에서 항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군사ㆍ무기 관련 연감인 제인연감에 따르면, 2029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방비가 현재 세계 1위인 북미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협약으로부터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고 있다고 비난함과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파괴적 외교 행보’를 보이는 것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력 확장은 전통적 동맹이 해체되고 재편성되는 것과 맞물려 있다. 호주는 일본 및 인도뿐 아니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도 정치·군사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의 경제·군사 확장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다.

휴 화이트 호주국립대 전략연구학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들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중심 전략)가 말 뿐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미국이 안보 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 [사진=로이터 뉴스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방과 아시아 국가들이 대부분 국방비를 줄이는 동안 중국은 계속해서 국방비를 늘려 왔다. 하지만 제인연감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국방비는 1조7000억달러(약 1889조5500억원)으로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년 만에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며 냉전 후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방비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 강화, 동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증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 국방비 증대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에 대한 국방비 증강 압력 등이 있다.

미국은 최근 확정한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서 7170억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비 8% 가까이 증가하며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올해 국방비는 2070억달러로 증가해 세계 2위로 올라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인공지능(AI)부터 항공모함 공격용 미사일, 드론 대대까지 첨단 무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수년 간 중국의 패권 조짐과 북핵 위협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이 최근 군비 확대를 조장해, 국방비 증액을 꺼려하던 일본마저도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일본은 5조1900억엔(약 51조8766억원)의 국방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아직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번 예산안에는 북한과 중국 육해상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F35 스텔스전투기 장착용 크루즈미사일 구입 계획이 포함돼 있어 주변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자체적인 북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갤럽이 2017년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 5명 중 3명이 핵무기 개발에 찬성했으며, YT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1990년 초 철수한 미국의 전략적 핵무기의 재배치에 찬성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핵 억지력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가능성은 낮지만, 북미 협상이 결렬되면 핵 논의가 다시 불거질 소지가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시몬 웨즈먼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과 위협이 증대해 군사 옵션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모두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전력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력 강화가 본격적인 군비 경쟁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국가들의 방위비는 경제성장에 따른 것이어서 GDP 대비 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으며 냉전 시대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적 불확실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통적 동맹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인도·미국·일본·호주가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4자 구도’를 새로 편성했으며,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에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를 해제해 역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전략적 파워에 맞서 이 지역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리처드 맥그리거 호주 로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1대 1 동반자 관계에 기반을 둔 전통적 방위 동맹이 해체되고 다자적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인도·호주가 중국에 맞서 연합한 것이 대표적 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는 묘한 역설이 있다고 지적했다. 맥그리거는 “호주 등 아시아 국가들이 국방비를 늘리고 새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중국 경제 발전으로 혜택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위협에 대해 방위를 강화하려면 중국 경제가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록히드 마틴 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